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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출신`경영일선`진출`'눈길'

"참여`폭`넓지`않지만`조직경험`등`경영`도움`기대"

김상철 기자  2001.04.28 11:3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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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노조활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인물들이 최근 잇따라 경영일선에 ‘진출해’ 눈길을 끌고 있다.

경향신문 강기석 부국장은 1일자 인사에서 경영기획실장으로 발탁됐다. 강 실장은 경향신문 노조 창립의 산파역을 맡았으며 초대 노조 부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89년 당시 한화와 합작을 추진하던 경영진들에게 ‘걸림돌’로 지목돼 강제해직 당하기도 했던 강 실장은 현재 전현직 언론사 노조 간부들의 모임인 새언론포럼 회장을 맡고 있다.

강 실장은 “사원주주제라는 소유구조를 고려한다면 타사와는 사례가 다르겠지만, 노조 활동 역시 근본적으로는 ‘애사심’에서 비롯되는 것 아니겠느냐”며 “앞으로 경영의 리더십을 확립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강 실장은 발령 이후 인사원칙을 마련하는 한편 28일 사내 체육대회를 개최하고 5월부터 각 대학에 채용 설명회를 기획하는 등 안팎의 분위기 일신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코리아타임스 기획실장을 맡고 있는 신학림 실장도 노조 출신으로 정력적인 활동을 펼쳐온 인물 가운데 하나다. 신 실장은 93년과 97~99년 4년간 한국일보 노조위원장으로 활동했다. ‘노조에 있으면서 경영비판을 많이 했는데 직접 한번 관여해 보라’는 제의가 있었고 “회피하면 무책임한 일이라고 생각했다”는 게 기획실장을 맡은 배경이었다.

실제로 신 실장은 지난해 7월 7명의 기자를 뽑았으며 올 4월에는 신입 8명, 경력 3명 등 11명의 기자를 충원한 데 이어 연말에도 추가 채용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코리아타임스로서는 유례없는 공격적인 인력충원. “내년이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등으로 영문뉴스 수요가 높아지는 시기라는 점을 고려, 이에 대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신 실장은 또 월드컵 홍보사이트, 국정홍보처 해외사이트 제작 사업을 입찰을 통해 따내기도 했다.

최근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주목을 받은 인사로는 지난달 MBC 사장 비서실장을 맡은 정찬형 실장을 들 수 있다.

정 실장은 92년 노조 민실위 간사로 있으면서 파업을 주도했다가 이완기 당시 노조위원장, 손석희 대외협력위원회 부간사 등 5명과 함께 구속·수감된 바 있다. 또 96년에는 MBC 단일노조 초대위원장을 맡으면서 노동법 날치기 파동 당시 MBC 파업을 이끌기도 했다.

정 실장은 “사실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때는 충격적이었고, 그동안 일해왔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분야이기 때문에 고민도 많이했다”면서 “어느 곳에 소속되어 있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해 이 일을 맡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조합원 탈퇴서를 쓸 때에는 만감이 교차하며 시큰해지더라’고 소회를 전하기도 했다.

정 실장은 노조 출신들의 경영일선 진출에 대해 “아직 참여의 폭이 넓은 단계는 아니지만, 노조활동을 하면서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직접 체험한 사람들이고 조직경험도 있다는 점에서 경영에 도움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90년 동아일보 노조 공보위 간사를 역임하며 언론노조 민실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던 김창희 차장은 10일자 인사에서 경영총괄팀장을 맡아 사내에서 ‘참신한 인사’라는 반응을 낳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