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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주장]법의 잣대 언론도 예외는 아니다

주장  2001.05.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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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히도 딱한 일이 곧 벌어질 수도 있겠다. 언론사 사주나 최고경영진이 사직당국의 소환조치에 따라 검찰청사 현관을 들어서는 광경말이다.

지난 9일 손영래 서울지방국세청장은 기자간담회에서 6월 19일까지 12개 신문사 3개 방송사에 대한 세무조사 연기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는 또 세무조사 공개와 관련 “국회에서 관련법을 개정시에만 공개가 가능하나 사직당국에 고발시는 공개가 가능하다”고 언급해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이는 국세청이 지난 4개월동안 언론사 현장조사를 하는 가운데 일부 언론사에서 구체적인 불법행위 혐의점을 포착했다는 추측을 가능케한다. 상황은 실질적인 특별세무조사 국면으로 진입했다. 이미 국세청은 일부 언론사들의 경우 차명계좌를 이용 비자금 마련을 위한 돈세탁과 고의적으로 자산 수입을 누락시키거나 사주의 주식 양도 양수과정에서 탈법을 저지른 혐의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다수 언론사들은 “우린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고 혐의점을 부인하면서 애써 담담한 표정이다. 물론 소소한 자료제출 미비에 따른 추가 확인절차 경우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애시당초 본보는 이번 세무조사 실시를 적극적으로 인정한 바 있으며 ‘납세성역’으로 비난 받아온 오명을 이번 기회에 씻어낼 수 있도록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투명하고 엄정한 세무조사 마무리와 결과 공개를 요구한다. 그리고 국민의 기본의무인 납세의무를 팽개친 불법 탈법행위가 밝혀지면 즉시 해당 법에 따라 고발조치해야 할 것이다. 언론계 일각에서는 이번 세무조사 연장이 특정신문사를 겨냥하고 있는 표적수사라고 해석하면서 향후 정부와 언론사간의 말리기 힘든 힘겨루기를 예측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김대중 정부는 이번 세무조사를 절대 정치적 흥정거리로 삼아서는 안된다. 국민의 여망을 개혁으로 답하겠다며 출범한 현 정권의 많은 개혁조치들은 시행과정에서 번번이 좌절되기 일쑤였다. 어쩌면 이번 세무조사의 진중하고 당당한 처리 여부가 국민의 정부 ‘최종 승부처’가 될 것이다. 행여 피상적인 정국운영의 원활함을 위해서 문제가 된 언론사와 치졸한 타협을 시도할 경우 이보다 더 큰 패착은 없을 것이다. 강한 야당에 발목이 잡혀 허우적거리다가 세무조사를 통해 약점잡힌 언론사와의 야합을 시도했다는 흔적이 만에 하나 발견된다면 향후 오랜 세월을두고 ‘치욕’으로 남을 것임을 정권담당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94년 김영삼정부 시절 세무조사를 하고도 이를 감춰 국민들의 불신과 조소를 산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시장점유율이 높은 몇몇 언론사들은 그동안 세무조사를 현 정권의 언론탄압으로 거세게 몰아부쳐 왔다. 국민들은 언론탄압이라고 성토하는 대형언론사의 주장에 더 귀를 기울일 것인가, 언론개혁의 시대적 과제와 당위성에 더 동감할 것인가. 국민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법의 잣대로 당당히 처리한다면 이 물음의 답은 자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