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문제로 일본 언론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한국 정부가 일본 역사 교과서에 대해 재수정을 요구하자 일본 언론들의 찬반 논쟁은 이전보다 더욱 구체적인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종착역 없는 기차를 타고 가는 양국 상황을 일본 언론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일본 언론들의 관심은 4월에 비해 더욱 뜨겁다. 신문의 논조도 아사히가 재수정 검토를 주장하고 나선 것에 비해 요미우리는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는 등 논조 차가 뚜렷해 지고있다. 이런 상반된 보도 경향에도 불구하고 언론의 분위기는 “공인된 형식과 절차를 거친 국가기관의 행위를 외국의 요구에 의해 바꾸지는 않겠다”는 보수적인 장벽을 뛰어 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나마 아사히와 마이니치가 한국의 요구가 늦어진 것은 “일본 교과서를 냉정하게 분석했기 때문”이라며 이번 요구가 “감정적인 것만은 아니다”라고 한국정부의 입장을 지지하는 입장이지만 보수적 신문들의 공세를 막아내기는 일본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뒷받침 해주지는 않는 것 같다. 아사히의 경우, “한국 35개 부분 재수정 요구 역사교과서 문제로 8개사에”라는 기사를 통해 재수정 요구안을 자세히 소개하는 등 한국측 요구에 진지한 자세를 보였다. 교과서 채택 문제를 조금씩 부각시키면서, 하토야마 민주당 당수의 한국 방문 등 양국간의 움직임 등을 소개했다. 기사량에서는 50건이 넘어 요미우리를 앞질렀다.
마이니치는 재수정 요구가 늦어진 배경과, 현 정부가 처한 입장, 한국의 분위기를 비교적 자세히 소개해 독자의 이해를 구했다. 김대중 정부가 야당과 언론의 반발에 밀려 당초의 신중한 접근에서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서게 됐다며 2년여 남은 김대중 정부의 레임덕 현상이 일찍 나타나고 있는 것도 입장선회의 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사설에서 “재수정과는 별도의 방도를 찾는 것이 양국간에 필요하다”며, (일본 정부가)한국 정부의 재수정 요구를 무겁게 받아들이지만 현실적으로 재수정은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요미우리는 “한국의 재수정 요구는 내정간섭”이라며 적극적인 보도자세를 보이는 한편 보수적인 여론 몰이에 앞장서고 있다. 8일 현재 30건이 넘는 기사를 싣는가 하면 8일에는 무려 8건의 기사를 집중적으로 게재했다. 김한길 장관의 방일을 소개하면서, 한국의 재수정 움직임, 김대통령의 재수정 요구 표명, 재수정 내용 소개의 순서로기사를 소개한 요미우리는 재수정 요구가 “한국적 역사관의 강요”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요미우리는 8일 “수정 강요는 위헌에 해당한다”(해설), “한국의 수정요구, 잘못 없으면 고치지 않는다”(후쿠다 정부 대변인)는 등 정부의 원칙적인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9일에는 “수정 요구는 내정간섭”이라는 사설을 게재했다. 요미우리는 일본 정부가 ‘만드는 회’의 교과서를 검정 통과시킨 것이 이들의 역사관을 용인한 것으로 해석, 일본전체가 우경화 되고 있다고 보도하는 것이 한국언론의 공통된 흐름이라며, 이는 일본을 보는 한국 언론의 시각이 왜곡됐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과 언론의 뜨거운 반응에 비해 국민들의 반응은 의외로 냉담하다고 보도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