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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 강철구 KBS 부위원장 성추행 관련 진상조사보고서 공개

서정은 기자  2001.05.12 09:5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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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문순)이 10일 제6차 중앙집행위원회에서 공개한 KBS 강철구 부위원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보고서는 4건의 피해 사례에 대해 모두 “사실로 인정된다”고 판단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진상조사는 지난해 10월 30일 두 명의 여성이 성폭력 피해사실을 주장하며 당시 제8대 노조 선거 부위원장 후보였던 강 부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해 불거진 이후 사건이 급속히 확산되자 지난 3월 7일 언론노조 차원에서 진상조사를 실시한다는 결정속에 이뤄졌다.

언론노조 진상조사단은 최초로 문제를 제기한 두 명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던 중 두 명의 추가 피해자가 밝혀짐에 따라 모두 4건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진상조사단은 피해여성들의 진술, 피해 현장조사, 광범위한 주변 참고인 조사를 진행한 뒤 법률적 검토와 여성단체들의 의견을 참조했다고 밝혔다. 언론노조가 공개한 진상조사보고서 축약본을 요약, 소개한다.



진상조사 결과에 대한`판단

피해 주장자들의 진술과 주변 정황 및 증언, 가해자의 행위양태, 전문가 의견 등을 종합해 볼 때 KBS 강철구 부위원장의 성폭력 가해를 사실로 인정하기에 충분하다는 결론이다. 진상조사한 4건의 사례는 실질적 위계관계나 친분관계를 이용해 성추행·준강간·강간미수 등의 성폭력 범죄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일하는 여성들의 생존권과 노동권을 위협하는 직장내 성폭력의 전형적인 특징을 보여준 것으로 판단된다

강씨는 A씨와의 평소 친분관계와 언론노동운동의 선배로서의 존경심 등을 이용,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강제적 성행위를 기도했으며 B씨도 강씨의 행동으로 성적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꼈다.

또 A와 B씨의 진술 가운데 사건 발생 시점과 사건 전후 묘사 등의 부분에 있어서 일부 변경된 사항이 발견돼 강씨가 가해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사건 발생을 뒷받침할 증거(은행인출기록, 항공마일리지기록, 사진) 등으로 미루어 사건이 일어날 만한 정황이 인정된다.

C씨의 경우 당시 노조위원장과 여성국장의 진술로 미뤄볼 때 C씨가 강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사실과 이에 대한 강씨의 사과 등이 실제로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D씨 사건은 강씨가 평소 친분관계를 이용, ‘데이트 강간’의 형태로 D씨에게 씻을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주었다.



피해사례

A씨는 강씨가 노조 동료들에게 부산으로 놀러오라는 말을 자주 해왔기 때문에 96년 부산에서강씨 및 강씨의 출입처 직원과 함께 술을 마셨고 강씨가 미리 잡아준 호텔방에서 양주를 나눠 마시던 중 강씨가 갑자기 성추행을 시도해 강하게 저항했다.

B씨도 부산으로 놀러오라던 강씨에게 연락을 한 뒤 97년 친구와 함께 부산으로 갔으며 단란주점에서 술을 마시던 중 친구가 자리를 비우자 두차례에 걸쳐 성추행을 당했다.

C씨는 95년 강씨와 가진 두차례 술자리에서 성추행을 당했다. C씨는 강씨의 성추행 사실을 동료들에게 얘기하고 성명서 발표와 고소를 준비할 생각이었으나 강씨가 C씨의 집으로 찾아가 무릎을 꿇고 사과해 사건을 마무리했다.

D씨는 95년 평소 친분이 있던 강씨와 드라이브를 하던 중 성추행을 당했으며 96년에도 드라이브와 술자리에서 두차례 성추행을 당했다.



A·B씨`사건`공개`동기

A와 B씨는 97년 5월경 전화통화에서 서로의 성추행 피해사실을 인지하고 강씨의 상습적 행동을 확인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해 강씨가 부위원장으로 출마한다고 알려지자 KBS 노조의 지도자로서 지녀야할 도덕성이 결여된 자의 출마는 문제가 있으며 제2, 제3의 피해자를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이 사건을 공개하기로 했다.



가해사실`부인과`사실성

강 부위원장은 일련의 성추행 피해 주장이 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음모이며 배후에 의해 조작된 사건이라며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이 C씨와 D씨 등 나머지 피해 주장자들에 대해서는 성립하지 않으며 A와 B씨의 경우에도 선거에 전혀 개입할 이유가 없는 자들이고 사회적 약자인 여성의 위치에서 얻을 이익이 없다. 설사 개입했다 하더라도 유독 부위원장 후보에게만 한명도 아닌 여러 명이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다는 것은 논리적 설득력이 없다.



전문가`단체`의견

성폭력 범죄는 ▷가해자와 피해자만의 밀폐된 공간에서 벌어진다는 특수성이 있고 ▷가해자는 이를 이용해 행위를 부인하는 게 일반적이며 ▷피해자의 진술과 정황, 상식과 합리적 사고에 입각해 판단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은 점 등으로 미루어 언론노조가 산하 노조 간부에 대한 징계여부를 결정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강 부위원장은 피해자와 지원단체를 고소하는 등 반성의 자세가 없기 때문에 언론노조가 결정하는 어떠한 징계도 수용해야 한다.

서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