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노조의 설문조사에서 기자들은 119:94로 금연을 결정했지만 흡연 공간이 마땅치 않아 편집국 공기 정화는 아직 요원하기 때문.
흡연실 후보지로 물망에 오른 공간은 두 곳. 원형탁자가 놓여있는 문화부 뒤편과 외신 기사를 받는 국제부 와이어실이다. 국제부 와이어실은 “꼭 필요한 공간”이라는 부서원들의 주장에 최철주 편집국장이 의견을 함께 했고 문화부 쪽은 부서원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문화부의 한 기자는 “우리 부서에 흡연실이 설치되면 부서를 옮기겠다”며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
흡연실 설치가 지지부진하자 노조 사무실에는 비흡연 기자들의 항의 발길이 잦아졌다. 그러나 “절대 공간이 부족하다”는 노조의 설명에는 별다른 대안을 내지 못한 채 돌아서는 모습. 노조는 편집국을 일일이 돌며 흡연자를 조사해 ‘흡연 지도’를 만들고 체육부 쪽 유리창을 뚫어 창문을 낼 계획을 세우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결국 공기청정기를 6대에서 9대로 늘리는 선에서 편집국 금연을 ‘일단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흡연실 설치가 난항을 겪자 “담배를 물어야 기사가 써진다”며 ‘내 자리 흡연’을 주장해온 애연가들은 상황을 느긋하게 즐기는 모습. 그러나 비흡연자들의 불만을 의식해 ‘표정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
하루에 2갑 반의 담배를 피운다는 한 기자는 “기사 쓰다 담배를 한 대 태우고 돌아오면 생각의 흐름이 끊겨서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새까만 재떨이를 책상 구석에서 꺼내면서 “94년에 금연 캠페인을 한 뒤로 책상 위에 어엿한 재떨이 한번 떳떳이 올려놓기가 찜찜했던 게 우리 흡연자들”이라며 나름의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러나 마음 한편엔 비흡연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없는 것도 아니다. 노조가 실시한 편집국 공기오염도 조사에서 일산화탄소 농도가 금연구역인 자료실에 비해 2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한 편집국 기자는 “이 정도까지일 줄은 몰랐다”며 “흡연자들의 불만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좀더 남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문제에 접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