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I가 김대중 대통령 앞으로 보낸 서한과 관련, 작성 과정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IPI측은 지난 4월 국내 언론단체가 세무조사와 공정거래위 조사의 타당성을 강조하는 서한을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언론계의 여론 수렴과정에서 이같은 입장은 철저히 배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지난달 23일 ‘국제단체 및 세계 언론사에 한국언론 상황에 대해 드리는 서한’을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홍콩 등 6개국 100여개 주요 언론사와 IPI, IFJ, WAN 등 언론단체에 발송했다. 언개연은 서한을 통해 “한국 신문사들은 그동안 세무조사를 받지 않아 경영실태는 베일에 가려져 있고 신문사 지국 및 광고주와의 거래에서 세금을 탈루해왔다는 의혹을 받아왔다”며 세무조사와 시장 정상화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언개연의 서한 발송 직후 IPI측은 한국위원회 위원장인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앞으로 서한 내용을 전하며 배경 설명을 요청해왔다. 조선일보측은 “4월말 IPI에서 팩스를 통해 의견을 물어왔고 별도 입장이나 의견 없이 김대중 대통령 연두기자회견을 시작으로 한 일련의 사안을 일지형식으로 정리해 보냈다”고 설명했다.
방 사장은 또 IPI 한국위원회 23명의 이사진들에게 IPI측이 의견을 물어왔고 자료를 전달했다는 사실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IPI 한국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본부에서 공식적으로 입장을 물어온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국내 위원들이나 해외 단체를 통해서 개별적으로 의견을 수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같은 과정을 거쳐 김 대통령 앞으로 보낸 IPI의 서한에 언개연 입장은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언개연은 서한에서 “야당과 일부 신문은 전방위적 언론탄압이라고 크게 반발하고 있는데 이는 정치공세나 자신의 비리를 감추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이들이 언개연을 친정부단체로 치부하여 정부의 언론탄압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언론자유를 위해 노력하는 국제기구와 세계적인 언론기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IPI는 그러나 16일 보낸 서한에서 “지난 수개월간 정부, 친정부매체, 자칭 언론개혁주의자들로부터 한국의 독립적인 신문에 대한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정부 대표와 해당 언론사간원탁회의를 제안하며 이 문제가 민주적으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 ‘관찰대상’에 포함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정부는 IPI에 대해 6개항의 질의서를 발표하며 반박에 나섰다. 국정홍보처는 17일 공개질의서를 통해 “서신내용은 한국의 법질서와 언론상황을 도외시한 무례한 내정간섭 행위”라며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했다. 또 서한 작성과정에서 의견수렴 절차, 정보입수 경위 등과 함께 “한국의 권위주의 정권시절 부당한 언론탄압에 대해 거의 침묵에 가까운 행태를 보였던 IPI가 국민의 정부 출범 후 반복적으로 한국의 언론상황을 폄하, 왜곡하는 이유와 배경을 밝히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