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 언론대응이 달라졌다. 정부는 최근 현안으로 떠오른 세무조사 계좌추적, 삼성 대북 창구설, 공정위 7개그룹 조사 등 관련 보도에 대해 이례적일 정도로 반론을 내보냈다. 언론보도에 대해 비공식 경로로 정부 입장을 설명하던 소극적 방식에서 신속하게 정정보도 요구나 반론, 항의서한을 보내는 등 ‘정면승부’ 쪽으로 무게가 옮겨지는 느낌이다. 이같은 정부의 기조 변화에 대해 언론계는 ‘정부입장을 밝히기 위한 정상적인 절차’라는 시각과 ‘지나친 감정적 대응’이라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먼저 국내언론의 세무조사 보도와 관련 12일자 조선일보 김대중 칼럼으로 계좌추적 문제가 공론화하자 국세청은 곧바로 해명에 나섰다. 정진택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장은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중앙 언론사의 주주인 임직원이나 친인척에 대해 전 금융권 계좌를 일괄 조회했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또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논설위원, 칼럼니스트 등에 대해 계좌추적을 했다는 일부 언론사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공정거래위는 17일 ‘7개 그룹 부당내부거래 조사’ 제하 동아일보 16일자 보도에 대해 정정·반론보도를 청구했으며 청와대는 ‘대북사업 창구가 현대에서 삼성으로 넘어갔다’는 요지의 관측을 전한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서도 ‘사실무근’이라며 정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여권의 한 관계자는 “언론 본연의 기능과 추측·과잉 보도 등 언론권력의 횡포는 구별되어야 한다”면서 “정부측 대응이 전례 없이 신속해졌다기 보다는 세무조사 등으로 국내외 언론기관, 단체의 입장 표명이 잦아졌고 이 가운데 사실이 아닌 것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바로잡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기조는 해외언론이나 외국 단체들의 한국 관련 입장 표명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악의적인 내용”, “내정 간섭” 등 반론의 내용도 강도가 높은 편이다.
정부는 IPI측이 요한 프리츠 사무총장 명의로 특정언론에 대한 규제와 세무조사 연장 조치 등에 우려를 표명하며 중재에 나서겠다는 요지의 서한을 보낸 데 대해 17일 오홍근 국정홍보처장 명의의 공개질의서를 발표하고 해명을 요구했다. 정부는 서한에서 “IPI측이 한국의 언론자유와 관련 일방적이고 편향된 주장에 근거해 지속적으로악의적인 서신을 보내왔고 이번엔 정부의 정상적인 법 집행에까지 노골적인 개입의사를 밝히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국정홍보처는 지난 11일 ‘진보주의자들의 공격을 받는 한국의 보수계 신문들’ 제하 뉴욕타임스 보도에 대해서도 “세무조사로 특정신문의 비판을 막으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국민의 알권리가 고의건 고의가 아니건 간에 방해받아서는 안된다는 게 기본 생각”이라며 “잘못된 보도나 주장을 바로 잡고 반박하는 것은 정부의 정당하고 정상적인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대응에 대해 언론계 일각에서는 정부의 감정적 대응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중앙일보는 18일자 사설에서 “정부는 신경질적으로 반응할 게 아니라 왜 IPI가 우리를 주목하고 있는지, 그들의 제안이 실효성 있는 방안인지 신중히 점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