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김대중 대통령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접견 이후 일부 언론에서 ‘삼성의 대북사업 진출설’을 제기하자 청와대와 삼성측이 즉각 반박자료를 발표하고 사실무근임을 강조했다. 청와대와 삼성이 이처럼 서둘러 진화작업에 나선 것은 ‘대북사업’이 남북관계라는 정치적으로 미묘한 문제와 맞물려 있고 기업의 입장에서도 주가와 직결되는 등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이와 관련 언론이 ‘사실’이나 ‘사실에 가까운’ 정도의 근거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재계의 시각’이나 ‘개연성’이라는 애매모호한 용어로 설을 기사화한 데 대해 “신중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박준영 청와대 공보수석은 16일 브리핑을 통해 “조선일보가 14일자 기사와 15일자 사설에서 청와대가 삼성측에 대북사업을 요청하지 않았느냐는 식으로 보도했는데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
삼성의 한 고위관계자는 “대북창구 이관설은 사실 무근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에서 이같은 보도를 해 국내외 투자자들로부터 문의가 이어졌다”며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라도 명확한 사실을 밝힐 필요가 있어 16일 보도자료를 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조선일보는 15일자 사설 ‘대북 퍼주기 3배로 늘리겠다?’에서 “작년 7월의 독대에 이어 두 번째인 이번 회동에서 청와대와 삼성측은 ‘은밀한 얘기’가 없었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대북사업이 불가능해진 현대를 대신해 삼성이 대북사업에 참여해줄 것을 청와대가 요청했을 것이라는 개연성에 많은 국민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경향, 조선 등은 김 대통령과 이건희 회장의 접견에 대한 재계의 분위기를 전달하면서 ‘대북사업 진출 종용설’을 제기했다. 조선일보 14일자 ‘DJ-이건희 회동, 은밀한 얘기 정말 없었나?’에서 “재계쪽에서는 ‘단순 격려’ 이상의 자리로 보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며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접견 자리에서) 삼성의 ‘몇몇 현안’과 정부의 ‘고민’이 이심전심으로 전달됐을 것으로 분석했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 13일자 ‘김대통령, 삼성 대북사업 진출 종용설’에서는 “(접견을 두고) 재계에서는 금강산 사업이나 대기업들의 대북진출 컨소시엄 구성 등 정부의 대북정책과 연계짓는 시각이 없지 않다”고 재계 분위기를 전했다.
기사를 작성한 조선일보 기자는 “청와대와 삼성측에서는 대북사업 진출설에대해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지만 재계에서는 견해를 달리하는 시각이 많아 타그룹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그쪽 분위기를 전달했다”며 “양측의 입장을 모두 보여주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경향신문 해당 기자는 “청와대 접견을 두고 재계에서는 대북사업 참여 종용설에 대한 의견이 많아 그쪽 분위기를 전달했지만 기사의 마무리는 이기호 경제수석의 말을 인용해 사실무근이라고 전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