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를 넘겨, 5·18 민중항쟁이 21주기를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날의 보도에 대한 언론의 사과나 반성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신문의 경우 그동안 사설을 통해 보도문제를 언급한 것을 제외하면 공식적으로 ‘반성문’을 게재한 사례는 전무하다고 할 정도다.
얼마 안되는 사례를 찾아보면, 90년대 들어 동아일보는 5·18특별법이 제정된 95년 12월 이 문제를 거론했다. 동아일보는 ‘다시 돌아보는 광주항쟁’ 제하 사설에서 “광주의 진상은 제대로 보도되지 못했다. 계엄령 하의 언론검열 때문에 진실을 보도하지 못했던 언론으로서 그러한 일이 있었음을 한탄하면서, 광주 주민들과 희생자 유족들에게 보낼 위로의 말을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동아일보는 지난해 5월 18일 사설에서도 “폭압적인 독재권력의 제약이야 어떠했든 결과적으로 진실보도라는 언론의 기본적 임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책한다”고 언급했다.
5·18이 법정기념일로 지정된 97년 그나마 대한매일, 동아일보, 중앙일보, 조선일보 등 비교적 많은 신문들이 관련 사설을 게재했으나 여기서도 공식적인 사과는 없었다.
중앙일보가 “어쩔 수 없는 당시 상황에도 불구하고 광주의 진상을 진상으로 바로 보지 않으려는 보수적 시각이 널리 깔려있었음도 솔직하게 고백해야 한다”는 정도로 언급했을 뿐이었다.
부산일보는 당시 사설에서 “5·18을 모두의 것으로 만들고 특히, 무력했던 언론을 스스로 반성하는 뜻에서 당시 한 취재기자의 참회록을 인용해 본다”며 “제대로 사실을 알리지 못한 기자의 한 사람으로 광주현장의 민주시민에게 사과의 말을 드린다”고 전했다.
5·18 보도문제는 더러 신문의 ‘재탄생’ 과정에서 거론되기도 했다.
대한매일은 98년 11월 서울신문에서 제호를 바꾸면서 6일자 신문에 당시 황병선 편집국장 명의의 기사를 게재했다. ‘영욕의 53년 나래 접으며’ 글에서 황 국장은 사사오입 개헌 정당화, 10월유신 지지, 전두환 찬양·미화 등과 함께 광주민중항쟁 왜곡 사례를 거론하며 “서울신문 역사를 되돌아볼 때 일관된 허물은 ‘권력의 대변지’였다는 사실”이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지난해의 경우 5·18에 맞춰 사설을 게재한 신문은 서울지역의 경우 대한매일, 동아일보, 세계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정도로 그나마관련 사설 역시 줄어들고 있다.
한편 MBC는 19일 방영될 미디어비평에서 ‘80년 언론 그 굴종의 자화상’이라는 제목으로 5·18 광주항쟁을 왜곡, 축소보도한 당시 언론을 재조명하면서 자사 보도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하고 반성할 예정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광주지역의 한 기자는 언론의 공식 사죄 문제에 대해 “5월 정신의 세계화보다 전국화가 더 어렵다는 말 속에는 언론의 책임 방기도 포함돼 있는 것”이라며 “그날의 보도에 대한 공식사죄는커녕 의례적인 기사도 그나마 줄어드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밝혔다. 올해 18일자 신문에 관련 사설을 게재한 서울지역 신문은 한 곳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