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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당시 계엄군 발표만 보도 이후에도 과거 청산 노력없어

'광주민중항쟁과 언론보도'`토론회

서정은 기자  2001.05.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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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5·18 광주민중항쟁을 어떻게 보도했을까. 또 20여년 동안 언론은 광주항쟁의 의미를 어떻게 왜곡했을까.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5·18민중항쟁 서울·경기동지회,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는 17일 ‘5·18 민중항쟁과 언론보도’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갖고 80년 5월 광주항쟁 당시 언론보도와 80년 이후의 보도를 분석함으로써 언론이 청산하지 못한 과제를 되새겼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임종일 5·18민중항쟁 서울·경기동지회 사무국장은 “거대 언론들은 광주항쟁에 대한 침묵의 대가로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그러나 언론들은 자신이 광주항쟁의 가해자임을 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 국장은 “80년 5월 18일 광주에서 벌어졌던 참혹한 상황에 대해 보도통제를 받고 있던 언론은 일제히 침묵했고 21일 계엄사가 보도금지를 해제하면서 중앙일간지들이 보도를 시작했지만 계엄 당국의 발표만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했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김성 호남신문 편집국장(당시 전남일보 기자)도 “당시 언론은 사실 확인 없이 계엄사 발표만으로 1보를 작성함으로써 첫 단추부터 잘못 채웠고 공수부대의 과격진압에 침묵했으며 시민들의 사태 수습 노력을 충실히 반영하지 않았다”며 “24일까지는 일부 긍정적으로 보도하더니 25일부터 돌연 태도를 바꿔 ‘혼란하고 불안한 광주’라는 식으로만 부각, 이는 계엄군 진압의 정당성을 마련해주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또 “언론들은 당시 언론통제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하지만 정말 그랬다면 계엄 해제 후 과거 치욕을 씻으려는 본격적인 노력을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김은주 민언련 신문모니터위원회 대표는 광주민중항쟁 이후의 언론보도 태도를 지적했다. 김 대표는 ▷5·18이 ‘폭도 무력항쟁’ ‘광주사태’ 등을 거쳐 민주화 운동으로 평가받는 과정에 언론이 기여한 부분이 전혀 없고 ▷5공 시절 철저하게 광주항쟁을 외면했으며 ▷83년부터 매년 진행된 5월 시위도 머릿기사로 다뤄진 적이 없고 88년에서야 사회면 머릿기사로 등장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88년 이후 광주항쟁 진상이 밝혀지면서 책임자 처벌 등이 쟁점으로 떠올랐지만 언론은 혐의사실 및 전두환·노태우 처벌 문제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며 “특히 조선일보는 사설 등에서 광주항쟁에 대한 진상조사와 명예회복이 필요하다고 밝히면서도자매지인 ‘월간조선’을 통해서는 ‘전투는 있었지만 학살은 없었다’라는 수기를 싣는 등 광주를 두번 죽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