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전 광주민주화운동의 현장을 기록했던 사진 기자들의 작품이 한 자리에 모였다. 포토아이갤러리에서 17일부터 31일까지 전시되는 이번 사진전에는 80년 5월 18일부터 30일까지 상황을 생생하게 기록한 현장 사진 98점이 전시돼 있다.
당시 청바지에 카키색 점퍼를 입고 바람 쐰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광주에 내려갔던 황종건 전 동아일보 기자와 전라도 사투리를 쓴다는 이유 하나로 광주에 내려간 김녕만 전 동아일보 기자가 이번 사진전의 주축이 되고 함께 현장을 취재했던 윤명남(동양통신), 박태홍(한국일보), 이창성(중앙일보), 나경택(전남매일), 김한수(전남일보) 기자가 32점을 찬조 출품해 동료애를 과시하기도 했다. 특히 제일 먼저 사진전을 하자고 아이디어를 냈던 고명진 한국일보 부국장 겸 포토아이갤러리 운영위원이 이번 사진전에 큰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당시 기자들에 대한 시민들의 지탄이 대단했었어요. 보도도 하지 못할 사진을 왜 찍느냐는 불신이 높아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것도 위험했을 정도였어요.”
다시는 광주에 오지 않겠다고 결심할 정도로 고생을 했다는 황 전 기자는 “이번 사진전을 통해 조금이나마 그 사람들에게 떳떳해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5월 17일부터 27일까지 광주에 머물면서 처음 며칠동안 여관에도 못 들어가고 길바닥에서 밤을 지샜던 기억, 간첩으로 몰렸던 기억, 숨어서 사진 찍던 기억 등등. 황 전 기자는 그 때를 회고하면서 “당시에는 연출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역사의 현장을 있는 그대로 기록으로 남겼다는 데 자부심을 갖는다”고 말했다.
24일 광주로 내려가 황 전 기자와 교대를 했던 김 전 기자는 27일부터 30일까지 기록을 사진으로 남겼다. 김 전 기자는 “역사의 진실을 제대로 알리고 다시는 그런 아픔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 때를 되짚어볼 수 있는 사진전을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사진을 찍고도 제대로 보도를 못했던 80년 당시가 사진기자로서 가장 부끄러웠던 때”라며 “보도를 하지 못해도 역사의 기록을 남긴다는 사명감으로 사진을 찍었다”고 덧붙였다. 덕분에 94년 황종건·김녕만 기자는 ‘광주 그날’이라는 사진집을 출간하기도 했다. 당시 현장에서 함께 고생했던 동료 사진기자들의 찬조 작품들도 사진전을 더욱 빛내고 있다. 특히 전시회 첫날인 17일 전시장에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동아일보 역대 사진부장들이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편 고명진 포토아이갤러리 운영위원은 “사진이 갖고 있는 가치는 기록성”이라며 “21년 전의 오늘을 되돌아보는 의미로 전시회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