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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방송 수습사원 폭력사태 '충격'

머리박기 발길질`…`여기자까지 폭행

박주선 기자  2001.05.25 14:2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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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덮어두자’ 폭력 불감증도 문제 … 징계도 형식적



불교방송 사원단합대회 도중 회사측 간부가 여기자의 복부를 발로 차는 등 폭력을 행사해 충격을 주고 있다.

불교방송의 구모 전략홍보사업부장은 지난 12, 13일 남한강 연수원에서 열린 사원단합대회에서 수습 사원 6명에게 행사 도중 자리를 비웠다는 이유로 머리박기, 발길질, 앞뒤로 취침 등 폭력을 행사했다.

더욱이 6명 중 2명의 여사원에게도 머리박기를 시키고 한 여기자의 복부를 발로 차는 등 과격한 행동을 한 것으로 드러나 ‘인권침해’라는 비난마저 사고 있다.

▷현장 상황=불교방송은 12일 저녁 7시부터 임직원 90여명이 모인 가운데 술자리와 오락회를 가졌다. 당시 관리부장이던 구 부장은 오락회가 끝날 무렵인 11시경 사장 참석 하에 시상식을 개최하는데 격려금을 받을 수습사원들이 자리에 없자 행사 후 12시경에 수습사원들을 불러 모았다.

이 자리에서 구 부장은 미리 온 수습사원 세 명에게 머리박기를 시키고 남자 사원 두 명에게는 발길질을 했다.

이후 뒤늦게 온 세 명의 수습사원 중 한 여기자가 머리박기를 시킨 데 대해 항의하자 오른발로 배를 찼다. 다시 여기자가 항의를 하자 이번에는 맥주병을 바닥에 깨면서 욕설로 수습사원들을 위협했다. 이때 현장에 있던 사원들이 말리면서 자리가 정리됐다.

이튿날 오전 8시경 구 부장은 수습사원들을 다시 한번 모아 꾸중을 하던 중 한 수습기자가 전날 밤에 폭행을 한 데 대해 항의를 하자 “술에 취해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만일 그랬다면 사과한다”고 말했다.

구 부장은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수습사원이 행사 도중 자리를 이탈한 데 대해 술을 마시면서 얘기하려고 수습사원들을 모았는데 한 수습사원이 반항을 해서 화가 났던 것 같다”며 “술을 많이 마신 상태였기 때문에 머리박기를 시킨 것까지는 기억이 나지만 그 이후에 폭행을 한 것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회사측 움직임=회사측은 21, 22일에 걸쳐 인사위원회를 개최해 정직 1개월의 결정을 내렸지만 현재 사장의 최종 결재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이같은 인사위원회의 결정이 알려지자 가벼운 징계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구 부장은 지난 91년, 96년에 사내 직원들을 폭행해 대기발령과 감봉 등의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어 보다 엄중한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제기됐다.실제로 인사위원회 내에서도 일부 위원은 해고를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구 부장은 15일경 제출한 보직 사표가 수리되면서 관리부장과 전략홍보사업부장을 겸하다 관리부장에서 면직됐다. 또 23일 사내 게시판에 공개사과문을 게재하고 회사측에 재발시 해고도 감수하겠다는 각서를 제출했다.

▷불감증이 더 큰 문제=이번 사건을 두고 사내 일각에서는 폭행 사건에 대한 사내 불감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사건을 목격한 사원들이 있었지만 14일 기자협회 지회가 보도국 회의에서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기 전까지는 쉬쉬하는 분위기였다.

노조 역시 항의 성명서조차 발표하지 않자 노조 게시판에는 “향후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 않도록 노조의 분명한 태도가 필요하다”는 글이 오르기도 했다.

이같은 내부의 미온적인 태도는 보복 등 이후 피해에 대한 두려움과 지금까지 여러 차례 발생했던 폭행 사건이 매번 가벼운 징계에 그치는 등 폭력 근절을 위한 ‘단호한 조치’가 없었던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