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관련 기사는 일단 쓰고 보자’는 언론계 고질적인 관행이 또다시 ‘오보’로 연결됐다.
조선, 동아, 문화 등 3개 신문은 지난 19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8일 중국 라오닝성 다렌시에 도착했다는 소문이 있다”며 베이징 외교가의 ‘소문’을 기사화 했다.
그러나 북한 언론보도에 의해 김 위원장이 18, 19, 20일 군부대를 시찰중이었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이 ‘소문’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났지만 이에 대해 정정보도를 낸 신문은 없었다. 그야말로 소문을 기사화 한 무책임한 보도였다는 지적이다.
조선일보는 19일자 1면 2단 기사로 <김정일 중국 방문설 “열차로 동북지방 도착”>이라는 제목으로 “김 위원장이 18일 열차편으로 평양을 출발해 신의주와 단둥을 거쳐 라오닝성 다렌시에 도착했다는 소문이 있다”며 “러시아 방문을 위한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동아일보가 50판부터 1면 박스기사로 <일부 소식통 “신빙성 낮다”>는 부제를 달아 <김정일 중국 방문설>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으며, 석간인 문화일보가 2면 1단 기사로 <김정일 중 체류설-러 방문 경유 가능>이라고 보도했다.
동아일보 이종환 베이징 특파원은 “조선일보가 이를 기사화 한다는 것을 알고 본사에서 ‘소문’으로라도 기사를 쓸 것을 주문했다”며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했으나 다른 곳에서 쓰면 안 쓸 수 없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같이 각 언론사가 ‘소문’을 기사화 한 것은 언론사간의 경쟁이 크게 한 몫 했다는 지적이다.
한 베이징 특파원은 “4월 말경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 정보보고에 김 위원장이 5월 8일경 다렌에 온다는 정보가 있었기 때문에 예의 주시해 왔다”며 이번 ‘설’의 근거로 기업정보를 들었다. 이 특파원은 또 “얼마전 중앙일보가 김 위원장이 김정남 사건으로 방중을 전격 취소했다고 보도한 것도 이번 ‘김정일 방중설’ 보도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신중을 기하다 보면 물먹기 십상이어서 북한 관련 보도는 확인이 안된다는 이유로 ‘설’을 기사화 하는 풍토가 만연해 있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지난 10일자에 “김 위원장이 7일 중국을 방문하려다 김정남 사건으로 충격을 받아 전격 취소했다”고 보도했으나 당시 정부는 김 위원장의 방문 계획 자체를 부인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 지해범 베이징 특파원은 “신빙성은 반반이라고 판단했으나 북한문제는 확인이 안되기 때문에 ‘설’도 일정 부분 북한 사회의 움직임을 반영한다”며 “그런 설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오보라고 볼 수 없으며 그동안 북한 관련 설은 다른 신문도 많이 써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언론계 안팎에서는 북한 관련 보도가 남북한 관계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할 때 좀더 신중한 보도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