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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정책 지지, 동아 조선과 차별화 기여"

홍석현 회장 강연 "소유·판매규제 안돼"

김 현 기자  2001.05.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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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은 지난 22일 성균관대 언론정보대학원 초청 강연에서 95년 대북 햇볕정책을 지지하게 된 배경과 7년 재임 동안의 숨겨진 뒷얘기, 언론개혁에 대한 생각들을 밝혔다.

홍 회장은 “눈 여겨 본 독자는 알겠지만 95년 봄부터 우리는 햇볕정책을 지지해왔다”며 그 배경으로 94년 당시 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김대중 대통령과의 면담을 소개했다.

홍 회장은 “94년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을 때 조문파동이 일자 조문을 주장한 이부영 의원을 가장 세게 비판한 게 조선일보고 그 다음이 중앙일보였다. 편집회의를 주재하면서 내가 강력히 주장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해 9월쯤에 DJ로부터 연락이 왔다. DJ는 3시간 반동안 줄곧 통일 얘기만 하더니 ‘이부영 보도 때문에 불렀다’며 ‘조선일보는 변할 수 있는 신문이 아니라고 보지만 당신은 젊고 이야기가 통할 것 같아 한 얘기’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홍 회장은 내부 토론을 부쳐 통일 방안을 검토하고 이듬해 3월 햇볕 정책지지를 사론으로 정했다. 홍 회장은 “그 때는 오직 조선, 동아를 따라잡겠다는 생각밖에 없었고 이것이 동아·조선과의 차별성을 부여할 수 있는 아이템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또 경영 비화를 소개하면서 조간신문 전환, 섹션신문 등의 아이디어를 동아와 조선의 사주와의 대화에서 얻었다고 밝혔다.

그는 “사장을 맡고 나서 신문사 ‘마와리’를 했는데 동아일보 김병관 회장을 찾아뵈니 조간의 장점을 많이 얘기해줬다. 조간과 석간 발행이 경영 차원에서 그렇게 큰 차이가 나는 것인 줄 몰랐다.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을 만나니 섹션신문 얘기를 꺼냈다. 48면 윤전기를 들여왔는데 섹션신문을 할 계획이라고 들었다. 회사에 돌아와 조간과 섹션신문을 검토하게 해보니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중앙경제신문을 폐간했다”고 밝혔다.

홍 회장은 또 언론개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김지영 경향신문 논설위원의 질문에 “언론사 소유 제한과 판매시장의 제약은 단언컨대 되지도 않을 거고 되어서도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 회장은 “개혁이 글로벌 스탠다드를 벗어나면 일시적 강제는 될 수 있을 지는 몰라도 안된다. 어느 개명한 나라 중에 신문사 소유를 법으로 구속하고 판매시장을 고시로 규정하는 나라는 없다. 언론의 권력기관화는 반성해야 하지만 언론이 자체의개혁노력을 하는 것도 사실이다. 언론이 타율적으로 개혁될 부분도 있지만 근본을 흔드는 것은 문제다”라고 밝혔다.

강의가 끝난 뒤 홍 회장은 수강생들 중 경향신문 김지영 논설위원과 스포츠서울 기자의 질문을 받고 “경향은 50~60년대 1등 신문이고 스포츠서울은 스포츠지의 1등 신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또 “조·중·동의 호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을 받고 “중·조·동에 대한 질문을 하셨는데…” 라고 질문을 고치는 등 1등 신문에 대한 의식을 강하게 내비쳤다.

한편 이 날 자리에는 취재 차 참석한 조선일보 기자가 강의 내내 자리를 지켜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