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신문사에 광고를 냈다가 벌떼처럼 달려드는 타사의 광고청탁에 곤혹을 치렀다. 적자경영이 불보듯 한데도 일단 창간만 하면 `굴러’가니 신문사의 실체는 도무지 알수 없다.”
취재원과 대화 도중 흔히 듣는 말이다. 답변이 궁색해진다. 몸담고 있는 나도 이해하기 힘든데 일반인들의 의구심은 당연하다.
전북지역에는 전북도민일보, 전북일보, 전북제일신문, 전주일보, 전북매일, 새전북신문 등 6개 사가 활동중이다.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한다. 이뿐 아니다. 모씨가 다시 창간준비를 서두르고 있다는 풍문도 심심치 않다. `갈때까지 가라’는 자포자기가 지역언론에 팽배하다.
‘200만 인구’ ‘2% 경제력’에 비춰볼 때 지역신문이 너무 많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부산은 고사하고 도세가 엇비슷한 강원도의 2개 사와 비교해도 전북의 6개 사는 분명 공급과잉이다. 그러나 단지 신문사 수가 많다는 이유만으로는 문제가 될 수 없다. 언론의 사명을 제대로 수행하는 신문사가 많다는 것은 지역사회 발전의 원동력인 건강한 견제장치를 그만큼 확보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는 1사 독점으로 인한 폐해를 일소시키는 또다른 반사이익도 있다.
문제는 부실언론사의 난립에 있다. 무늬만 언론인 신문사는 직원들의 저임금을 담보로 하고 있다. 저임금 앞에서 `기자정신’은 사치에 불과하며 버리고 싶은 부담스러운 자기경계일 뿐이다. 나 역시 신문사에 첫발을 들여놓을 때의 순수에서 너무 멀어졌다는 부끄러움이 앞선다. 또 행정기관과 기업체에 대한 경쟁적인 광고, 협찬요구는 언론에 대한 혐오감만 키운다.
물론 이같은 지적이 불쾌한 신문사도 있을 것이다. 그 유쾌스럽지 못함이 당당함에서 나온 것이길 바라지만 상당수는 `굴러간다’는 표현이 적합하다. 능동적 투자가 아닌 주변의 희생을 담보로한 `연명’과 다름없다. 지역언론의 이같은 문제는 비단 전북만의 일은 아니다. 책임을 다하지 못한 기성언론과 어른(?)을 자처하는 몇몇 언론인은 오늘날 전북언론이 안고 있는 문제점의 진앙지라는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분풀이식 창간과 ‘나라고 못하는가’하는 천민자본주의가 그것이다. 창간 때마다 1면을 도배하는 비단같은 거룩한 말씀은 식상하다. 선명성을 드러내기 위해 기존 언론을 깎아내렸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를 바 없는 모습은 회의감만 더한다. 나 역시 `굴러간다’와 다를 바 없이 `흘러가지’는않는지 자문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