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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청구 기사화 '몸조심'

MBC, 조덕배씨 관련 소송 패소하자 기자 인사위 회부

박미영 기자  2001.05.25 14:4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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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가 가수 조덕배씨가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에서 패소해 700만원 배상 판결을 받자 담당기자를 인사위원회에 회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잘못된 보도로 회사에 재산상의 피해를 입혔다는 것이 징계 사유. 그러나 기자들은 영장 청구 단계에서 쓴 기사가 나중에 무혐의 처리됐다고 해서 기자를 징계할 경우 취재 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조씨가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긴급 체포된 것은 지난해 6월. 양천경찰서에서 이를 목격한 대다수의 기자들은 ‘조덕배 또 대마초 적발’ 등으로 보도했고 MBC도 당일 마감뉴스와 다음날 아침뉴스로 이를 보도했다. 그러나 결국 조씨가 무혐의 처리되자 조씨는 이를 보도한 10여개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며 지난 4월 MBC를 비롯한 중앙, 세계, 한국 등 4개 언론사는 각 700만원, 대한매일과 한겨레는 각 1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신속히 보도할 필요성이 없는데도 언론사간의 경쟁에 의해 정밀 감정결과나 충분한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보도했다’는 것이 판결의 주된 이유였다.

이같은 판결이 나자 MBC는 조씨 체포 사실을 마감뉴스에서 보도한 야간 데스크와 다음날 아침뉴스에 보도한 기자에 대해 28일 인사위원회를 열겠다고 통보했다.

엄기영 보도본부장은 “보도본부장으로서 취재활동을 위축시켜서는 안된다는 입장이지만 최근 소송에서 패소하는 경우가 많아 일단 회사에 재산상의 피해를 입혔을 경우 인사위에 회부한다는 것이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자들은 인사위 회부 자체가 취재활동을 위축시킨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기자는 “모든 언론사들이 영장 청구단계에서 기사를 쓰는 분위기이고 특히 조씨의 경우는 동일 전과가 있는데다 유명인사여서 기사를 쓰지 않을 경우 반대로 ‘물 먹었다’는 질책이 나올 것”이라며 “야근 상황에서 업무를 더 잘 서려다 발생한 일에 대해 기자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기자에게 책임을 물으려면 영장 청구단계에서는 기사를 쓰지 않는다거나 혐의가 확정된 경우, 예를 들어 기소되거나 확정판결이 날 경우에만 기사화 한다는 별도의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MBC와 함께 패소한 다른 언론사의 경우 기자를 징계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