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비판성`결여로`열독률`떨어졌다"

'한국`기자협의회`비판정신`회복`촉구

박주선 기자  2001.06.01 00:00:00

기사프린트

'매서운`논조`없이`돌파구`없다’`지적





한국일보 기자협의회(회장 이충재)가 자사 지면의 비판성 결여를 지적하며 비판정신을 회복할 것을 촉구했다.

기자협의회는 2기 출범에 맞춰 지난달 25일 소식지 창간호를 내고 “잇따른 기사 축소 지시에 일부 기자들이 분노와 좌절감을 나타내면서도 유야무야 넘어갔다”며 “현 상황에서 지고의 가치는 열독률이고 관건은 날카로운 비판정신의 회복에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한국일보는 안동수 전 법무장관의 ‘충성 메모’ 사건이 담당 부서의 비중있는 기사 처리 요구에도 불구하고 편집국장의 지시로 사회면에 축소 보도되면서 내부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미 지난해 12월 ‘박금성 전 경찰청장의 학력 허위기재 의혹’을 비롯해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 이무영 경찰청장, 문일섭 전 국방부 차관 등 정치권과 관련한 일련의 사건들이 축소 보도되면서 내부 불만이 누적돼 왔다.

지면의 비판성 결여가 열독률 하락, 기자들의 사기 저하로 이어져 결국 한국일보의 위상 급락을 초래했다는 것이 소식지의 지적이다. 회사 재정난에 따른 정권, 광고주 눈치보기식 보도 태도 대신 정공법으로 맞서야 한다는 얘기다.

편집책임자를 향한 쓴소리도 나왔다. 소식지에서 한 기자는 “편집국장이 나서서 특종이 될 수 있는 비판성 기사를 빼는 상황에서 기자들이 열의를 가질 수 있겠는가”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했다. 또다른 기자도 “대부분의 기자들이 당연히 비중있게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기사가 축소 편집될 때 편집국장과 부국장, 관련 부서장, 차장이 모여 갑론을박하는 자리가 있었느냐”며 “편집권자가 ‘회사의 장래를 위해서’ 등 모호한 기준으로 일방적인 편집을 시도할 때 제작의 투명성이 사라지고 지면의 비판 정신이 실종될 가능성은 상존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좋은 게 좋다’는 식의 오랜 관행 때문에 기자들의 비판 열의도 시들해진 것 같다”, “기자들 사이에 팽배한 패배의식도 깨야 한다”는 등 기자 스스로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수 차례의 광고특집 역시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소식지는 “올들어 한국일보가 21번의 광고특집을 제작했다”며 “경영에 도움이 된다면 지면이 망가지든 말든 하고 보는 식은 더 이상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기자들은 개선책으로 ▷간부진과 기자들이 함께 하는 평가 심의위원회설치 ▷건전한 비판과 총의를 모으기 위한 익명 게시판이나 사내 이메일 활성화 ▷외부 인재 영입 ▷무원칙한 인사 관행 개선 등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