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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위상변화 어제와 오늘

"인프라냐""경쟁사냐"`시각조정`핵심

김상철·김 현  2001.06.01 23: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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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는 타 언론사를 지칭할 때 흔히 ‘고객사’라고 부른다. 기사 서비스를 하는 ‘뉴스 도매상’으로서의 입지에 기반한 말이다. 그렇다면 타 언론사에 있어서 연합뉴스의 위상은 무엇인가.

연합뉴스의 소유구조 개편이 또다시 언론계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통신사의 위상 문제가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공공성`강화도`투자`전제돼야



연합뉴스는 소유구조 개편의 필요성으로 기간 통신사로서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해외에 국내뉴스를 전달하는 영문뉴스 서비스로 정보주권을 수호하는 창구역을 담당하고 있고, 민족뉴스취재본부에서 맡는 남북관계 보도, 지방국 운영 등을 통해 추가 비용을 감수하며 통신사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신사의 정보 인프라 역할과 공공성을 강조하는 것도 이같은 활동에 기인한다.

반면 창사 이래 자본금 13억원으로 상징되는 투자의 미비, 사장 선임 때마다 논란을 거듭하는 소유구조 문제 등은 여전히 통신사로서 자리매김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연합뉴스는 보다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각종 뉴스 서비스를 강화하는 한편 경영과 편집의 정부 개입 시비를 차단해 공공성을 강화한다는 데 소유구조 개편의 의의를 두고 있다.

연합뉴스의 한 관계자는 “크게 본다면 국제 언론시장에서의 한국적 시각, 비수익적 분야의 기사 서비스라는 점에서 통신의 가치를 판단해야 한다”며 “경쟁사의 문제가 아니라 정보 인프라로서, 그에 따른 공공성의 확립이라는 차원에서 소유구조 개편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통신사를 바라보는 타사 기사들의 시각은 ‘경쟁사’와 ‘인프라’에 대한, 다소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쟁사`인식,`서비스`불만도`제기



한 신문사 기자는 “통신과 신문의 관계는 보완적인 성격이 크지만 어차피 현장에서 같이 취재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경쟁사라는 인식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다른 신문사의 한 기자는 “영문뉴스 서비스나 남북관계 뉴스는 누군가 해야 할 일”이라며 인프라로서의 역할에 동감하면서도 서비스의 질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했다. 이 기자는 “인력이 줄어들면서 기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받아쓰는 면도 분명히 있다”면서 “통신의 기본인 신속성과 정확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고 정작 주요기사는 마감 직후 송고해 게재를 어렵게 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지적들은통신사의 ‘경쟁 필요성’을 거론하는 쪽으로 귀결된다. 적어도 복수통신사 체제에서 경쟁을 통해 서비스 질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런 입장들을 수용한다 하더라도 여전히 통신의 위상 재정립 문제는 남는다. 경쟁체제 도입과 무관하게 서비스의 질 개선 문제는 상당부분 지금 체제의 변화를 전제로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연합뉴스의 한 관계자는 “서비스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이런 지적들은 연합뉴스의 위상 정립 노력을 간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언론사들이 주주사로서 투자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소유구조 개편 추진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합뉴스 자체적인 노력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공론화`기다리는`통신사`위상



연합뉴스의 한 간부는 “수익성을 따져 돈 되는 뉴스만 한다면 굳이 영문뉴스 서비스나 지방국 운영, 원양 선박에 무선으로 뉴스를 무상 제공하는 일 등을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사실상 기간 통신사로 수행해온 역할들이 제대로 조명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공영 방송사인 KBS가 있다고 다른 방송사 설립이 금지되지 않는 것처럼 연합뉴스법을 통해 기간 통신사로서 위상과 역할을 정립하자는 것이지 독점체제를 확고히 하자는 뜻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적자까지 보전해주며 철저한 회원제로 운영하고 있는 AP와 교도통신, 관련법을 제정해 위상과 역할을 규정한 AFP나 대만의 중앙통신 등 해외 주요 통신사의 사례도 이같은 주장에 설득력을 더하는 측면이 있다. 실제로 특파원이 610명에 달하는 AP 사례까지 가지 않더라도 각각 100명, 60명의 특파원을 보유하고 있는 교도나 대만의 중앙통신에 비해 20명선에 머물고 있는 연합뉴스의 ‘오늘’은 명확한 대비를 이룬다.

연합뉴스의 한 기자는 “학계에서도 통신 문제를 연구한 사례는 거의 없다”면서 “앞으로 위상 재정립 문제를 언론계 안팎에서 공론화하는 작업이 중요한 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소유구조 개편은 일차적으로 정부 의지에 달려있지만 다른 한편 연합뉴스는 통신에 대한 언론계 인식 제고라는 또다른 과제를 풀어나가야 할 도상에 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