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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형성 기능에 충실해야

박미영 기자  2001.06.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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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액세스채널을 별도로 추진해온 국민주방송과 시민방송이 최근 잇따라 접촉을 갖고 통합에 합의했다. 시민사회단체의 힘을 하나로 모아 경쟁력 있는 방송을 만들어야 한다는 안팎의 여론을 수렴한 것이다. 두 단체는 현재 통합을 위한 실무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사업계획서 조정 및 인선작업 등 구체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시민방송 백낙청 이사장(서울대 영문학과 교수)과 국민주방송설립추진위원회 김학천 위원장(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을 지난 29일과 30일 만나 통합에 대한 입장과 각각 준비해온 시민 액세스채널에 대한 기본 생각을 들어봤다.





<김학천 국민주방송설립추진위원회 위원장>



의견형성 기능에 충실해야



'공익’ 성격에 맞는 재원조달 방안 필요



-통합에 대한 기본 입장은.

“위성방송 시행을 앞두고 우리는 국민주 방송을 계속 추진하고 일부 단체와 개인들은 위성사업자와 채널계약을 맺으면서 둘로 나뉘어졌다. 그러나 원래 하려는 기본 성격에서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통합에 이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결국 시민들의 여론과 의견을 수렴하고 정보를 전달한다는 목표가 같고, 따로 추진할 경우 재정확보에도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에 하나로 합치자는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게 됐다.”



-국민주방송이 당초 종합편성채널을 추진하다 시민액세스채널로 전환한 것이 통합의 단초를 제공한 셈인데.

“그동안 통합 논의가 원활하지 못했던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위성방송의 채널 수가 많기 때문에 종합편성채널과 전문채널 등 성격이 다른 두 개의 채널이 가능하다는 생각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 국민주방송은 줄곧 종합편성 채널을 추진해 왔으나, 방송위원회가 종합편성 채널은 승인을 안 해준다는 방침을 굳혀 방향을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



-두 단체는 인적구성이나 운영방침에서 차이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궁극적 목표는 같지만 구현하는 방법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런 것들이 하나로 합친다고 해서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논의를 거쳐 해결될 것으로 생각한다.”



-재원확보 부분에 대한 생각은.

“재정은 원칙적으로 이윤을 추구하지 않고 존립에 필요한 만큼만 벌어서 쓴다는 데에는 변함이 없다. 광고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여부, 공익자금·방송발전기금 등 공공방송을 지원하는 예산체계를 활용할 것인가의 부분,참여하는 시민단체가 재정적 책임을 나눌 수 있느냐 여부 등 여러 가지로 고민하고 있다.

기업 참여 문제에 대해서는 다시 논의되겠지만 방송에 영향력을 끼칠 만한 회사가 영향력을 행사할 만큼의 돈을 내는 것은 배제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시민 액세스채널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을 말해달라.

“그동안 방송을 지나치게 오락적인 매체, 정치정보 매체로만 생각해왔고 의견매체로 활용하지는 못했다. 시민 액세스채널은 무엇보다 기존 방송이 소홀히 했던 의견 형성기능을 되살릴 수 있을 것이다.

또 사회적인 정보를 줄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연속극보다 재미없을 수 있지만 그런 정보가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필요하기 때문에 재미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시도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결과에 대해 우려의 시각이 있는 것이 사실인데, 오랜 시간동안 비어있던 기능 하나를 상업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메운다는 것이 시민액세스채널의 기능이라고 본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되나.

“토론을 통해 있는 사실을 여러 각도에서 전해주는 일이 있을 수 있고, 살아가는데 필요한 정보를 정직하게 전달하는 일이 있을 것이다. 나머지는 자극적이지 않은 교양물로 채워질 것이다.

결국 시민들의 여론, 의견, 정보가 주류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백낙청 시민방송 이사장>



실제 방송주체가 중심돼야



기업 재정참여 “민감할 필요 없다”



-통합에 대한 기본 입장은.

“그동안 종합편성채널을 추진해오던 국민주방송측이 최근 우리와 같은 시민채널로 방침을 바꿨기 때문에, 그러면 힘을 합치는 게 좋다고 생각하고 지난번 언개연 대표들과 만나 통합을 제의했었다. 그리고 지난 30일 시민방송 운영위원회의에서 공식적으로 통합을 결의하고 나에게 전권을 맡겼다.”

-두 단체가 각각 추진해온 방향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통합 과정에서 조정해야 할 일도 많을 것 같은데.

“지난 1월말 경 김중배 전 국민주방송 대표와 만났었는데 그때 김 대표가 국민주방송과 시민방송의 차이점에 대해 크게 두 가지로 얘기했었다. 국민주는 운동단체 대표들이 대거 참여한다는 것과 종합편성을 기본 방침으로 한다는 것이 시민방송과 다르다는 것이다. 종합편성 부분은 방침이 바뀌었고, 결국 방송에 대한 철학에서 국민주방송의 시민운동적 접근과 우리 시민방송간의 차이점이 있을 수 있다. 앞으로 통합 과정에서논의되겠지만 방송은 실제 방송을 할 수 있는 주체가 중심이 돼야지 언론운동가 위주의 방송은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시민방송이 생각하는 시민 액세스채널은.

“흔히 시민 액세스채널이라고 하는데 엄밀한 의미에서 액세스는 외부의 시민단체가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방송을 모두 액세스로 채울 수는 없고 편성에 많이 반영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프로는 넓은 의미의 액세스로 채워질 것이다. 시민사회 대표성이 있는 운영주체들이 만든 자체제작 프로그램나 외부 발주, 외국의 NGO들이 만든 좋은 프로그램을 얻어다가 방영할 수 있다. 내용은 주로 시사, 교양, 문화가 중심이 될 것이다.”



-재원 확보 방안은.

“4가지로 생각하고 있다. 하나는 KDB의 지원인데, KDB는 시민채널에 송출료 면제, 시민 액세스채널 프로그램 제작비 지원, 시설 운영에 대한 지원 등을 하겠다는 약속했었다. KDB와 시민방송간의 가계약이 파기되기는 했지만 이는 KDB가 사업권을 따기 위해 방송위에 냈던 사업계획서에도 포함된 것이다. 따라서 누군가가 시민채널을 한다면 KDB가 지원해야 하는 부분이다. 둘째로는 방송발전기금 등 공익적 기금에서 조달하는 방법이 있는데, 방송발전기금은 이미 신청해놓은 상태다. 셋째로는 기업들의 지원이 있고, 넷째로는 일반 시민 회원을 모집하는 방안이 있다. 1만원씩 내는 회원 100만 명을 모으겠다는 것이 목표인데, 이는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지지세력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기업의 지원을 받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우리가 한겨레 같은 국민주 형태의 주식회사를 지향하지 않는 이유는 소액주 만을 모으는 방식으로는 재정확보가 어렵다는 데 있다. 또 주주가 너무 많으면 주주관리하는 일만도 엄청나다. 나는 기업이 돈을 많이 내는 것은 걱정하지 않는다. 기업이 재단에 희사하는 돈은 한번 내면 끝이고 대가성이 없는 것이기 때문에 영향을 미치는 일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