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전직 사진기자의 말처럼 현장을 떠난 사진기자들 중 ‘전공’을 살리는 기자들이 많다. 분야도 갤러리 운영, 잡지 발행, 스튜디오 운영, 프리랜서 작가활동 등 다양하고, 현직 때 맺은 인연으로 동업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올 3월, 중앙지 사진부장 출신 5명은 포토데스크(대표 황종건 전 동아일보 사진부장)를 설립해 사진전 기획, 홍보대행사에 사진제공 등을 하고 있다. 황 대표는 “사진기자로 있을 때만큼 바빠 부인의 불만(?)도 많다”며 “아직은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안돼 수익이 많지는 않지만 선후배 기자들의 사랑방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좋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출판사진부장을 지낸 류기성 씨는 지난 4월 개관한 포토아이갤러리의 관장을 맡고 있다. 일반인들에게 사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사진 기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게 포토아이갤러리 설립의 기본 취지다. 앞으로는 포토데스크와 함께 저렴한 비용으로 사진 강좌도 개설할 계획이다.
한국의 사진사를 연구하는 한국사진사연구소 소장인 최인진 전 동아일보 사진부장도 사진에 대한 관심이 각별하다. 70년대말 연구소를 설립해 98년 은퇴 이후 사진사 연구에만 전념하고 있는 최 소장은 ‘한국사진사’ ‘한국신문사진사’를 집필하기도 했다.
스튜디오를 운영하거나 대학 사진학과에서 강의를 하는 기자들도 여럿이다. 현직의 고명진 한국일보 부국장, 이창성 전 중앙일보 사진부장, 김녕만 전 동아일보 사진부장 등이 강단에 서고 있으며, 중앙일보 출신의 김상근 씨와 소년한국일보 출신의 이대우 씨 등은 개인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김녕만 전 동아일보 사진부장은 ‘사진예술’이라는 월간 사진전문잡지의 발행인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특히 사진예술을 창간했던 이명동 전 동아일보 사진부장이 올3월 후배 김녕만 씨에게 회사를 물려줘 사진기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은퇴 이후 화려한 재기와 함께 은퇴 이후까지 이어지는 끈끈한 동료애도 사진 기자들의 자랑거리다. 90년대 초 사십대 후반에서 오십대 초반의 현직 사진기자 15명이 모여 만든 오우회는 이민과 사망으로 빠진 두 사람을 제외한 13명이 10여년간 매월 한차례씩 모임을 갖고 있다. 경향 동아 세계 조선 중앙 등 5개 신문사 전현직 사진기자 5명의 모임인 투영도86년부터 이어져 오는 친목모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