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사건은 관찰자적 객관주의 기사보다 피해자 입장의 문예적 기사(literary style)가 진실을 더 정확하게 보여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고려대 언론학 강사인 유영선 박사는 21세기 여성미디어네트워크가 25일 주최한 '언론의 성욕망 지수를 밝힌다' 토론회에서 "성범죄 기사는 읽는 자의 주관적, 내면적 욕구에 의해 달리 읽혀지고 상상되므로 작가 출신의 초기 기자들처럼 가해자뿐 아니라 피해자, 주변인의 목소리를 담는 다성(多聲)적 접근이 더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94년 이후 서울지역 일간지의 성범죄 보도를 분석한 유 박사는 "기사에 용의자, 범인을 중시할 수밖에 없는 경찰의 시선이 그대로 옮겨져 피해자가 주목받지 못한다"며 "가해자 중심으로 재구성된 사건에는 공격받은 여성의 고통도, 절망도 없이 몇명의 남자에게 몇회에 걸쳐 능멸받은 성기만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유 박사는 외국의 경우 피해자와 가족, 이웃, 친지들의 분노와 슬픔을 전달하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동아일보 하종대 사건팀장은 더 근원적 원인으로 언론의 상업주의를 지적했다. 신문의 독자가 남성이 많은 현실 때문에 신문 제작이 남성 중심으로 흐른다는 것이다. 하 팀장은 "수정과 수정을 거듭해 만들어진 것으로 발생기사의 형식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 "기자들이 성범죄 발생 후의 후유증과 추이에 관련된 기사를 더 많이 발굴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