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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아름다운 집' 낸 한겨레신문 손석춘 부장

한 사회주의자의 눈으로 본 남과 북, 그리고 근현대사

박미영 기자  2001.06.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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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춘 한겨레 여론매체부장이 뜻밖에 소설집을 냈다. 제목은 ‘아름다운 집’(들녘). 식민지 조선에서 태어나 북한의 이름 없는 지식인으로 살아간 한 인간의 삶을 다룬 이야기다.

“해방공간의 사회주의자를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을 써봐야겠다는 생각은 대학시절부터 해왔어요. 남과 북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그 시대 사회주의자 이진선(주인공)의 눈으로 우리 근·현대사를 성찰해보고 싶었습니다. 물론 제대로 형상화했는지는 자신이 없지만.”

손 부장은 80년 연세문학상에서 ‘겨레의 진실과 표현의 과제’로 평론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을 만큼 대학시절부터 문학에 관심이 있었다고 한다. 그때부터 소설을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학생운동을 하며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는 것. 그 꿈을 20년이 넘어서야 세상밖에 내 놓은 셈이다.

손 부장의 소설은 어느 날 신문사 편집국 기자에게 연길의 조선족 노인으로부터 ‘엄청난 제보를 하겠다’며 걸려온 전화로 시작된다. 그 노인이 건네준 것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한 지식인이 1938년부터 1998년까지 쓴 낡은 일기장. 일기의 주인공인 이진선이 사회주의사상과 민족해방문제에 몰입하면서 남로당의 거물 김삼룡과 박헌영을 만나고, 월북한 후 김일성에 대한 개인숭배와 부자세습에 깊은 회의와 슬픔에 빠진다는 내용이다.

손 부장은 한 권으로 묶기에 버겁게 느껴지는 426쪽의 이 장편 소설을 내기 위해 지난 97년부터 새벽 4시에 일어나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동안 주로 ‘언론개혁’과 관련한 ‘딱딱한’ 글만 써왔기 때문에 그의 ‘소설집’ 출간 소식에 뜬금 없다고 느끼던 지인들도 그 주제가 남북문제라는 사실을 알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통일언론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손부장이 사실 언론개혁 문제만큼 관심 있어 하는 분야가 ‘남북문제’이기 때문이다.

실제 북한을 배경으로 하는 이번 소설을 쓰기 위해 손 부장은 북쪽 관련 책은 놓치지 않고 봤다고 말했다.

언론의 역할에 대한 그의 소신도 이번 소설 곳곳에서 드러난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친일행각을 꼬집는가 하면, 평생 언론인으로 살았던 주인공 이진선의 고민을 통해 북한의 현실을 제대로 보도하지 못하는 북한 언론의 실상도 드러냈다.

손 부장은 “90년대 이후 대학을 다닌 젊은 세대들이 역사에 대해 잘 모르고,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며 “젊은 친구들이 자신들이발 딛고 사는 현실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손 부장은 또 “소설을 계속 쓸 것이냐”는 질문에 “현재 구상하고 있는 내용이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