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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주장] 일그러진 언론에 마침표 찍자

우리의주장  2001.06.16 10:3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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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6월 13일은 한국 언론사에서 매우 중요한 날로 기록될 것이다.

전국언론노조 소속 언론인 1000여명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4시간 동안 신문개혁을 위한 시한부 파업을 벌인 사건은, 지난 97년 노동법 총파업 이후 처음 있는 일로 몇가지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우선 경향신문, 국민일보, 대한매일, 문화일보, 연합뉴스, 한겨레, 한국일보, 코리아헤럴드-내외경제신문 등 8개 신문·통신사 소속 언론인들이 연대해 한 목소리를 낸 사실을 들 수 있다. 이들은 위기에 처한 언론 현실에 대한 책임이 우리 스스로에게 있음을 고백하고 국민들에게 언론개혁을 다짐하는 한편 정부와 언론권력에 대해 개혁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또 지난날 외부 압력이나 내부 모순에 봉착해 마지못해 목소리를 낸 것과 달리, 자신과 시대가 처한 상황을 정확히 간파하고 본질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문제의식과 대안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이들 언론인들은 ▷언론사 세무조사 결과 공개 ▷정부언론 소유구조 개편 ▷신문공동배달제 실시 ▷언론사유화 포기 및 무능경영진 퇴진 ▷정기간행물법 개정 등 5개의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모두 해묵은 과제이면서도 지난날 외면돼온 우리 언론의 부끄러운 모습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와 함께 이들이 노·정 및 노·사·정 교섭단을 구성해 향후 언론문제에 대응해 나가려 한 점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언론이 더이상 첨예한 노-사, 노-정간의 방관자로 남아있을 만큼 우리사회 현실이 한가롭지 않다는 인식에서 온 것으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언론사 세무조사 결과 공개만 해도 일부 언론의 반대와 정부의 미온적인 자세 탓에 그다지 낙관만 할 수 없는 상태다. 또 신문공동배달제 역시 이른바 메이저 매체의 방해를 극복하지 못하면 실현은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현실은 냉혹하고, 비관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포기할 순 없다. 지난날 우리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더이상 지고 갈 수도, 후배 언론인들에게 물려주어서도 안 되겠기 때문이다.

우리가 희망의 근거를 찾는 이유는 또 있다.

13일 파업을 이뤄낸 열정은 바로 우리 언론인들이 가슴 속에 뜨겁게 간직해온 `초심’과 `뚝심’에 맞닿아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지역과 사세(社勢)와 언론인 개개인의 이해관계를 떠나 이땅의 언론인은누구나 참여하고 맘 속 깊이 성원을 보낼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