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의 연대파업과 관련 언론이 “무조건 파업은 안된다”는 여론재판식 보도를 되풀이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98년 이후 파업과 관련한 사설을 살펴보더라도 언론은 ‘파업은 안된다’ ‘누구를 위한 파업인가’ ‘지금이 파업할 때인가’ 등 같은 주장을 되풀이해 왔다.
98년 당시 금속연맹, 병원노련, 금융노련 등의 파업 결의, 99년 지하철노조 파업, 지난해 4월 자동차노조, 의보노조 파업과 연말 금융권 파업 등 시기별로 대부분의 언론은 ‘국가 신인도 하락’ ‘제2의 환란 우려’ ‘집단행동 위험수위’ 등을 이유로 ‘파업금지’를 강조했다.
관련 사설의 내용도 같은 맥락에서 파업의 부당성을 지적했으며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의 경우 ‘억대 연봉자들의 파업’이라는 측면이 부각됐다. 다른 한편 14일 새벽 대한항공 노사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자 언론은 ‘민노총 연대파업 한풀 꺾여’(조선) ‘연대파업 사실상 종결’(문화) ‘여론 냉담에 파업열기 냉각’(대한매일) 등 곧바로 ‘진화’에 나섰다.
언론 보도와 관련 손낙구 민주노총 교육선전실장은 “오로지 가뭄과 고액연봉에 초점을 맞춘 보도였다”고 비판했다. 손 실장은 “조종사 노조 협상 타결 이후 보건노조 등에서 파업을 철회한 것은 연대파업의 성과로 긍정적인 사안들을 따낸 데 따른 것인데 이를 여론에 밀려 후퇴한 것처럼 마음대로 재단해 보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14일 기자회견에서 “몇몇 재벌 족벌신문을 중심으로 언론보도가 균형을 잃은 것은 물론 파업에 대한 국민 반감을 불러일으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의 한 관계자도 “급여인상 요구를 철회한 것은 어떻게든 파국을 막자는 차원에서 내린 결단이었으나 여론에 꼬리 내린다는 식의 보도가 대부분이었다. 현재 일부 보도에 대해 중재위 제소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취재기자는 “논조나 보도 양태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간 것은 아니다. 파업에 대한 내부 참여가 미비했고 가뭄에 따른 국민 정서가 호의적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과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은 12~13일 논평과 성명에서 ‘파업과 가뭄이 무슨 상관 있는가’라며 반박했다. 이호중 전농 정책부장은 “정부는 지난 92년부터 농어촌구조개선 사업이라며 42조원을 쏟아 부었지만 그 성과는 두달 가뭄에 하늘만 보고 있는 수준”이라며 “언론이 가뭄 문제를 짚으려 한다면 정작 이런 부분들을 지적해야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의 이같은 보도태도에 대해 한 신문사 고위간부는 “사실 기사 성격 상 파업 초반에 원인과 쟁점을 한번 쓰고 나면 다시 쓰기는 힘들다. 반면 현상은 계속되는 것이기 때문에 현상 위주로 가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