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방송(이사장 백낙청)과 국민주방송설립추진위원회(위원장 김학천)의 통합이 난항을 겪고 있다.
두 단체는 지난달 30일 양측 대표가 만나 통합에 전격적으로 합의했으나 당초 기대와는 달리 2주가 넘도록 통합을 위한 구체적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양측은 그동안 실무추진위를 구성하고 4차례에 걸쳐 모임을 갖기는 했으나 가장 기본적인 인적구성이나 사업계획서 조정에 있어서도 전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당초 곧바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통합을 공식 선언하려던 계획도 자연히 뒤로 미뤄졌다.
이같이 양측의 통합이 진전을 보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시민방송측이 국민주방송과의 통합협상을 진행하면서도 한국디지털위성방송(KDB)에 단독으로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는 등 ‘독주’를 하고 있기 때문.
KDB는 지난 1일 시민의 채널 위탁사업자 공모에서 시민방송이 단독으로 신청한 것과 관련 “사업계획서가 미진한 부분이 많고 현재 국민주방송과의 통합이 진행중인 만큼 변경된 사항을 조정해 8일까지 자료를 보완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그러나 시민방송은 “KDB측에 연기 요청을 한 후 통합 사업계획서를 제출하자”는 국민주방송의 제안을 거절하고 8일 기존 사업계획서의 극히 일부만을 조정한 자료를 KDB에 제출했다.
이와 관련 언론계 안팎에서는 당초의 통합 정신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다. “기존 일정대로 사업을 추진하면서 통합 논의를 계속한다”는 것이 시민방송의 주장이지만 결국 통합에 있어서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문제는 시민방송과 국민주방송의 통합 논의가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는 가운데 시민 액세스 채널의 향배가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KDB는 양측의 통합 논의를 감안, 당초 18일 발표하기로 한 시민의 채널 위탁사업자 선정을 일주일 연기해 22일부터 심사에 들어가 25일 최종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KDB 관계자에 따르면 시민방송이 제출한 사업계획서는 미흡한 부분이 많고 보완 제출된 자료도 상당부분 보완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언론계 일각에서는 시민방송의 인적 구성과 관련 현 정부에 몸담았던 인사들이 많아 시민사회 대표성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또한 비영리 재단법인인 시민방송과 별도로 인터넷 사업 등 영리 사업을 할(주)시민방송의 지분 51%를 소유하고 이를 통해 투자유치를 받은 것은 경영 투명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결국 KDB가 사업자 선정을 위한 심사에 들어가기 이전까지도 양측이 통합을 공식 발표하거나 상호 보완한 통합 사업계획서를 제출하지 못할 경우, KDB는 시민방송이 제출한 반쪽 짜리 사업계획서만 놓고 심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될 경우 시민 언론운동의 성과로 얻어진 시민 액세스 채널이 대표성 없는 ‘절름발이’ 방송이 되거나 자칫 설립 자체가 불투명해지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