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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영 이미지로는 더 이상 미래 없다

독립언론 모색 1년…대한매일의 고민은

박주선 기자  2001.06.1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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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대한매일에서 손 떼라”

대한매일이 본격적으로 독립언론의 길을 모색한 지 1년여가 흘렀다. 그러나 긴 여정에 비해 성과는 아직 미미하다. 무엇보다도 정부의 의지 부족이 갈길 바쁜 대한매일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현재 대한매일의 지분 구성은 재경부 49.8%, 포철 36.7%, KBS 13.3% 등으로 정부가 직접 소유하거나 정부의 영향력 하에 있는 언론사가 대부분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절박하다’는 위기감 속에서 관영 언론의 이미지를 벗고 독립언론의 새 지평을 열기 위해 험난한 길을 선택한 대한매일이 소유구조 개편이라는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관영매체’인식전환 역부족

45년 대한매일의 전신인 서울신문 창간 이후, 대한매일은 ‘정권의 나팔수’라는 오명과 함께 정부 소유 언론사의 길을 걸어왔다. 98년 서울신문에서 대한매일로 제호를 바꾸고 ‘공익정론’을 표방하면서 변신을 시도했지만 소유구조가 번번이 발목을 잡았다. ‘정부 소유’ 언론사로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는데 분명한 한계가 있었고, ‘관영매체’라는 독자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도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지난해 11월 노사 합의로 도입한 편집국장 직선제 역시 그 자체로는 의미있는 평가를 받았지만 정부 영향력을 배제할 수 없는 소유구조 하에서는 편집권의 완전한 독립을 보장받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발행인인 사장을 낙점하는 구조에서는 대한매일이 제 목소리를 내는 신문이 되는 것은 그 한계가 자명하다는 얘기다.

사실상 소유구조에 따른 파행 인사는 대한매일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로 지적된다. 창간 이후 사장 선임은 사원출신 사장 두 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정부의 ‘낙하산 인사’로 이뤄졌다. 한 기자는 “대한매일 사장 선임은 여권의 인력 배분 구도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정부 낙점과 그에 따른 파행 인사는 지면의 왜곡과 경영의 비효율로 이어졌다. 조직 구성원들 역시 3년 임기의 사장이 바뀔 때마다 단행되는 물갈이 인사로 휘청거렸다.



경영난 심화…특별한 대책도 없어

지난 95년 이후 대한매일의 경영상황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당시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이른바 계도지가 사라지게 됐던 게 주요한 원인이었다. 실제로 98년부터는 하루 평균 6000만원 가량의 적자가 나고 있는 형편이다. 2000년도 결산보고서를 보더라도 순이익은 약 100억원으로흑자를 기록했지만 흑자 요인은 스포츠서울 보유주식 47% 매각에 따른 것일 뿐 실질적인 영업적자는 200억원 이상이다. 올해 역시 250억원 가량의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회사측의 한 관계자는 “99년 대한매일의 주력 수입원이었던 스포츠서울을 분사할 정도면 경영난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뾰족한 경영정상화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정부의 영향력을 배제하지 못하는 지면의 한계 때문에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정부 소유’ 언론사로서 정부 지원이 있는 것도 아니다. 정부의 직간접적인 지원도 95년 재경부 200억원, 포철 200억원의 증자 이후에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경영악화 원인은 소유구조

대한매일은 지면 문제와 경영 악화의 근본적인 원인을 소유구조에서 찾고 있다. 그 해결책 역시도 소유구조의 합리적 개편에서 모색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지난해 6월 노사 공동으로 회사발전위원회(회발위)를 구성하면서 본격화했다.

회발위는 50% 감자와 100% 유상증자를 통해 최대주주를 재경부에서 우리사주조합으로 바꾸는 안을 소유구조 개편안으로 채택했다. 그동안 대한매일은 이 안을 바탕으로 청와대, 문화부, 재경부 등에 소유구조 개편을 촉구해왔다. 지난해 11월 도입한 편집국장 직선제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나온 성과였다. 이와 함께 소유구조 개편 이후 ‘공익정론’으로의 위상 재정립을 위한 지면 개편과 경영정상화 방안도 컨설팅사와 공동으로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소유구조 개편이 ‘장밋빛 미래’를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 소유구조 개편을 반대하는 사원들이 상당수 있음은 이를 반증한다. 이같은 내부 분위기에 대해 한 기자는 “소유구조 개편에 대해서는 사내에서 긍정과 부정으로 나눠지지만 개편 이후의 미래에 대해서는 찬성론자나 반대론자 모두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그는 “이대로 가면 회사가 문닫을 수도 있는데 보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느냐”고 변화의 절박함을 호소했다.



정책 결정자-실무자 접촉불량 상태

대한매일 내부의 절박함과 함께 언론계의 ‘정부소유 언론사의 민영화’라는 개혁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정부가 발빠르게 움직이지 않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대한매일 소유구조개편 추진위원회(소개위)의 한 관계자는 “문화부실무자들은 책임문제 때문에 주춤하고 있고, 장관 선에서는 지침을 주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경영진이 대통령 측근들을 만나면 ‘민영화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하다’고 말한다”며 ‘정책 결정자와 실무자들간의 접촉 불량 상태’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소개위 관계자는 “지난해 사원들이 나서서 퇴직금 누진제 폐지와 상여금 반납 등을 결의하면서 우리사주조합 건설을 위한 평균 3200만원의 갹출을 각오했는데도 대주주인 정부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며 답답해했다. 그는 또 “타 부실기업에 대해서는 100% 감자를 요구하는 등 주주 책임론을 앞세우는 정부가 정작 부실기업인 대한매일에 대해서는 왜 가만 있느냐”면서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대한매일의 부실 악화를 방치해 두는 것 자체가 직무유기이며 국유재산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노조(위원장 강성남)도 노보를 통해 “정부가 요구한 자료란 자료는 다 제출했지만 정부는 ‘검토 중’이란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정부측의 미온적인 태도를 비난했다. 이미 지난달에 노조는 이달 말까지 정부의 뚜렷한 입장 표명이 없으면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해 놓은 상태다.

이에 대해 언론주무부처인 문화부 관계자는 “민영화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민영화 이후 경영정상화 문제”라며 “무조건 민영화를 하는 것이 오히려 무책임한 것 아니냐”고 신중론을 폈다.



관련 부처 보신주의 팽배

정부측에 협상의 구심점이 없다는 것도 소유구조 개편을 더디게 하는 주요 요인이다. 문화부 관계자는 “방법상 감자 여부는 국유재산을 관리하는 재경부가 판단해야 하고, 공기업 민영화이기 때문에 기획예산처와도 논의해야 한다”며 “언론사의 등록, 운영 등을 관장하는 문화부로서는 소유구조 개편 문제가 직접 나설 게재는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경부 관계자는 “주무부처인 문화부가 소유구조 개편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전제하며 “문화부에서 대한매일의 실질적인 주식 가치를 파악해 오면 그 때 감자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기획예산처 역시 “원칙적으로 언론 공기업의 민영화에는 간여하지 않는다”며 “주무부처에서 의견을 물어오면 논의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각 부처의 ‘떠넘기기’ 속에서 대한매일의 변화 요구는 절실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