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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대한매일의 소유구조 개편을 촉구하며

노승옥 기자  2001.06.16 11: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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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초기 “노승옥씨는 잘나가는 공기업 다니다 왜 신문사로 왔어?”라는 질문을 많이 받곤 했다. 그에 대한 내 답변은 정해져 있다. “유리창이 맑지 않으면 창밖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잖아요.”

색유리를 끼운 유리창, 오목 혹은 볼록 유리창, 특정 사물만 부각시키는 유리창…. 지금 한국 언론은 실체를 있는 그대로 비추는 무색투명하고 반듯한 유리창과는 거리가 먼 게 사실이다.

‘유리창 청소부’의 꿈을 간직하고 입사한지 이제 2년째.

그동안 술자리에서, 편집국 복도 커피 자판기 앞에서 선배들의 자조섞인 담론들을 많이 접했다. ‘태생적 한계’ ‘원죄 의식’ 등등. 기사를 쓰고 편집하는 현장에서 겪었던, 정부 소유의 신문사로서의 한계를 토해 내는 말들이다. 마냥 자조만 하는 건 물론 아니다. ‘유리창 청소부’라는 같은 꿈을 꾸면서 부단하게 대한매일의 창을 닦는데 힘을 쏟는 선·후배들이 많다. 지난해 11월 직선 편집국장이 취임한 이후 이런 노력들이 배가되기도 했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졌다고 자평할 수 없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왜일까…. 닦아도 닦아도 지워지지 않는 오물 때문은 아닐까…. 그렇다면 유리창을 닦을게 아니라 창 자체를 아예 갈아끼워야 하지 않나….

지금 사내외에 대한매일의 소유구조개편 논의가 한창이다. ‘소유구조개편’이라는 말을 입사 때부터 들어왔으니 어지간히 지지부진한 것도 같다. ‘불러도 대답없는 정부’ 탓이다. 국민 앞에 내놓은 대선공약을 기억하고 있는지 조차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입사 2년차인 나에게 소유구조개편을 왜 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두가지로 답하겠다. 무엇보다 ‘그릇된 것을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족벌언론, 언론재벌을 탓하고 사주의 부당하고 자의적인 권력행사를 지적하기에 앞서 정부 먼저 손을 씻어야 함도 물론이다. 국민의 세금이 들어간 대한매일이 진정한 국민의 신문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밥의 문제’도 걸려있다. 내부 구성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한매일은 과거 서울신문 시절의 굴절과 왜곡된 지면의 이미지를 아직 떨치지 못하고 있다. 독자들이 멀어지면서 이젠 생존 여부를 논해야 하는 상황까지 왔다. 회생의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선 정부로부터의 독립은 필수 전제조건이다.

독립이 되면 뭐가 달라지냐고 묻는다면…. 글쎄, 먼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니까 월급이 지금의절반으로 줄어들 수도 있고 할 일은 더 많아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시적으로 더 열악한 상황이 오더라도 어느 누구의 눈치도 안보고 필요할 때는 언제나 입바른 소리를 낼 수 있다면 그 얼마나 신나는 일일까.

정부여, 대한매일의 독립을 허(許)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