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 결과에 대한 자체 공개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경향신문이 22일 언론사 가운데 처음으로 세무조사를 자체 공개하겠다고 밝혔으며 대한매일은 21일 임원회의에서 결과를 자체 공개키로 결정했다. 노조에서 결과 공개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던 한겨레도 내역이 통보되면 이를 공개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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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한편 사고를 통해 세무조사에 대한 자체 입장을 밝힌 언론사도 있어 관심을 모은다. 한국경제와 MBC는 21일 각각 사고와 9시 뉴스의 앵커 멘트를 통해 국민들에게 세금추징에 대한 유감과 사과의 뜻을 밝혔다.
자체 공개 확산 움직임
세무조사 결과 자체 공개의 첫 물꼬는 경향신문에서 터졌다. 경향신문은 22일자 1면 임직원 일동 명의의 입장문에서 “언론도 정상적인 세무조사의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전제 아래 세무당국의 조사활동에 적극 협조했다”며 “이같은 취지에 따라 세금 추징내용이 확정 통보되는 즉시 국세청 방침과 관계없이 이를 국민들에게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세무조사 결과 발표 당일인 20일 국실장 회의에서 자체 공개 문제를 논의해 21일 공개방침을 공표키로 결정했다.
박명훈 편집국장은 “세무조사 공개에 대한 국민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독립언론으로서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계기라고 판단했다”면서 “통보내역을 기다리기에 앞서 공개하겠다는 의지를 독자들에게 밝히자는 차원에서 발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향신문은 관할 세무서에서 공식 통보가 오는 대로 추징금, 추징내역, 이에 대한 입장을 공표할 예정이다.
대한매일은 21일 임원회의에서 결과를 자체 공개키로 결정했다. 대한매일의 한 관계자는 “추징총액이 발표됐고, 언론사가 세무조사로 추징금을 받게 됐다면 스스로 이를 밝혀 자성하는 것이 언론 본연의 자세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대한매일은 공식 통보가 오면 추징내역과 자성, 이의내용을 사고를 통해 발표할 방침이다.
한겨레는 20일 편집국 부장단 회의에서 자체 공개 문제를 논의했으며 21일 노조(위원장 김보근)에서 성명을 내 “향후 언론개혁과 관련한 한겨레의 존립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며 결과 공개를 촉구했다. 노조는 “세금 탈루 언론사 명단에 언론개혁에 앞장서고 있다고자부해온 한겨레가 포함된 사실은 탈루 이유나 액수에 상관 없이 부끄럽게 생각해야 할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의 한 간부는 “전체 분위기는 공개하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인 내역이 통보되지 않은 상황이라 그때 가서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고`통해`별도`입장`발표
한국경제는 21일 신문사 가운데 처음으로 1면에 관련 사고를 게재하고 “세무조사와 관련 독자분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 조사결과를 일단 수용하되 앞으로 적법한 절차에 따라 대응할 것임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김형철 편집국장은 “세무조사 관련 기사를 보도하면서, 먼저 자체 입장을 밝히는 게 독자에 대한 최소한의 자세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MBC도 21일 뉴스데스크에서 ‘문화방송을 포함한 중앙언론사가 세금과 과징금을 물게 된 데 대해 시청자 여러분들에게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앞으로 보다 투명한 경영과 정도를 걷는 언론의 모습을 보여드릴 것을 다짐한다’는 앵커의 사과 멘트를 내보냈다.
추가 동참 전망 ‘미지수’
조사 결과 자체 공개 움직임이 확산을 계속할 지는 미지수다.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부정적이거나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앙일보의 한 관계자는 “자체 공개 문제는 논의한 바 없다”고 전했으며 KBS 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한 신문사 관계자는 “아직 공식 통보가 오지 않은 상황에서 확실한 점은 납득할 수 없는 내용에 대해서 이의신청을 하겠다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본보에서 20개 언론사를 상대로 실시한 자체 공개 관련 질의에서 KBS, MBC, 전자신문, 연합뉴스 등은 ‘결과가 통보되면 그때 가서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