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부 언론사주들의 세금 포탈 혐의와 국세청의 검찰 고발 여부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지난 99년 보광그룹 탈세사건으로 구속됐던 홍석현 전 중앙일보 사장에 대한 당시 조선과 동아의 사설이 눈길을 끈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당시 사설에서 정부와 중앙일보와의 공방에 대해 중립적인 태도를 견지하면서도 언론기업의 자세에 대해서는 단호한 어조로 투명성과 도덕성을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99년 10월 4일자 ‘홍석현씨의 문제’라는 사설에서 홍 사장의 탈세 문제에 대해 “그 어떤 권력도 탈세로부터 면책될 수 없으며 어떤 명분도 탈세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밝혔다. 언론사주라고 해서 성역이 될 수 없음을 강조한 것이다.
홍 사장 구속 사건을 논평하며 조선과 동아가 밝힌 언론관도 곱씹어볼 대목이다. 조선일보는 같은 사설에서 “언론사가 올바른 언론자유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다른 기업에 얽매여서는 안되며 대기업이 언론을 운영해서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언론사는 모든 재산처리와 세무관계를 투명하게 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동아일보도 같은 날 ‘중앙 홍사장 구석과 언론자유’ 사설에서 “언론인 또는 언론사라고 해서 특혜 특권을 기대해선 안된다”며 “언론사 경영이나 사업범위는 국민 앞에 투명하고 떳떳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탈세같은 비리나 불투명한 문제가 있다면 철저히 파헤쳐지고 비판받아야 마땅하다”며 “언론의 자유를 지키고 향유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과 의무를 결코 외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지금의 언론개혁 주장과 상당히 일치하는 논조를 보였던 이 두 신문들이 최근 세무조사 대상이 되면서 이와는 대조적인 입장으로 탈바꿈한 것은 흥미로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한편 동아와 조선은 사설뿐만 아니라 당시 홍 사장 구속을 둘러싼 관련 보도에서도 지금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한나라당으로 기울어진 지금의 ‘야여공방’ 보도와는 달리 여야 주장을 비슷한 비중으로 다뤘으며 언론개혁시민연대 등의 주장을 “언론사주 비리 비호말라”는 제목으로 1면이나 사회면에서 보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