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의 세무조사 결과 발표 직후 발행된 21일자 동아일보는 초판과 시내판 사이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대체로 초판에 비해 시내판에서 ‘언론탄압’ 의혹을 부각시키면서 정부측 비판 수위를 높였다. 또 시내판 제2사회면 머릿기사로 추가된 ‘전국 문인 1천여명 DJ정권 실정 비판’ 기사는 정부를 비판하기 위해 무리하게 사실을 부풀려 보도한 ‘의도적 오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초판과 시내판 어떻게 달라졌나=우선 초판에서는 여야 반응을 1면 1단으로 게재했다가 시내판에서 야당의 반응을 큰 제목으로 뽑고 1면 3단으로 키웠다. 제목 역시 초판에서는 여야 반응이 같은 크기로 편집됐다가 시내판에서는 <야 “비판언론 말살 의도”>로 처리되면서 야당 입장에 무게가 실렸다.
관련 기사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초판에서는 2면 박스기사가 <야 “개혁미명 비판언론 말살”-여 “국세기본법에 따라 공개”>라는 제목으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반응을 비슷한 분량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시내판에서는 제목을 한 줄로 줄이고 <야 “언론 목조르기 결정판”>으로 바꾸었다. 원고 분량을 보더라도 여당에 비해 야당 반응에 더 큰 비중을 두었다.
이같이 다소 ‘소극적’이었던 세무조사 보도 태도가 ‘적극적’으로 바뀐 데 대해 일각에서는 초판발행 이후 비슷한 상황에 있던 다른 신문의 편집방향을 쫓아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시내판에 무리한 정권 비판 기사 게재 의혹=시내판에 추가된 ‘전국 문인 1천여명 DJ 실정 공개비판’ 제하 기사는 당사자인 민족문학작가회의로부터 ‘의도적 오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행사 주최측인 민족문학작가회의 인천 지회는 21일 즉각 성명을 내고 “동아일보 보도는 사실관계를 왜곡, 날조한 것”이라며 정정보도와 사과를 요청했다.
기사는 “전국의 문인들이 정권 실정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선다”며 “민족문학작가회의가 23·24일 현 정권의 무분별한 구조조정과 노동탄압을 비판하는 내용의 ‘인천 선언’을 발표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민족문학작가회의측은 성명에서 “‘인천선언’ 초안은 남북문제, 환경문제, 노동문제를 비롯한 우리사회 제반 현안들을 전국의 문인들이 토론하기 위해 만든 내부 자료일 뿐 작가들의 동의 절차를 밟은 것이 아님을 분명히 밝혔는데 동아일보가 전국 문인 1천명이 이미 합의한 선언문인 것처럼보도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동아일보 담당 기자는 “행사 내용중 일부를 취사선택해 보도했고 사실에 근거한 것”이라고 말했다.
▷세무조사 사설 즉각 안 다뤄=대한매일, 조선, 중앙, 한겨레 등 대다수 신문이 세무조사 발표 직후인 21일자에 사설을 게재한 반면 같은날 동아일보는 사설을 게재하지 않았다. 세무조사 결과를 놓고 사내 입장 정리가 명확하게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내부에서는 당시 김병관 명예회장이 국내에 없어 입장 정리에 어려움이 따랐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와 관련, 논설위원실의 한 관계자는 “기동성이 떨어진 것일뿐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며 “발표 당일 각 사별로 추징내역이 통보될 줄 알고 정확한 보도를 위해 기다렸으나 통보가 오지 않아 하루 늦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