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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닫힌 사회, 열린 공간

백진원  2001.06.23 13:3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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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서 가장 폐쇄적인 나라, 북한! 그곳에 불고 있는 IT산업의 열기!

너무나도 역설적인 이 두 가지 사실을 취재하기 위해 지난 5월 19일부터 6월 2일까지 북한에 다녀왔다. 보름 동안의 방북체험이 아직도 뇌리를 떠나지 않는 것은 반세기의 분단이 가져다 준 인식의 괴리와 생활방식의 차이가 너무나도 크게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KBS가 6·15 공동선언 1년을 맞아 보도한 북한특집은 상당한 준비기간을 거친 사업이었다. 관계자들이 여러차례 평양을 다녀왔고 심사숙고 끝에 북한과 아이템에 합의했다.

내가 보도한 ‘대동강 밸리의 꿈-협력의 돌파구는 IT’는 아이템 선정에서부터 취재·보도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산고 끝에 태어난 옥동자 같았다.

북한의 IT산업에 관한 취재는 나의 기자생활 10년에서 가장 힘든 것이었다. 일정을 하나하나 북한과 조정해야 했을 뿐 아니라 합의조차 지켜지지 않았다. 일정은 늘 당일 아침 통보됐고 자유로운 취재는 허용되지 않았다. 기자는 정보원 취급을 당했다. 북한은 사상학습 일정을 늘 포함시켰고, 우리는 처음엔 수용하다 중간엔 거부했고 나중엔 포기했다.

그래도 수많은 투쟁(?)을 통해 김책공업종합대학을 언론사로선 처음으로 취재·보도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별지시로 올해 만들어진 금성 제1고등중학교의 컴퓨터 수재반을 최초로 공개한 것은 큰 수확이었다.

과연 듣던 대로 북한은 IT산업에 대한 투자를 집중하고 있었고 그 열쇠를 엘리트 교육을 통한 전문인력의 집중육성에서 찾고 있었다. 이를 위해 최신 기종의 컴퓨터를 비롯한 갖가지 장군님의 배려(?)가 베풀어지고 있었다.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춘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있었고 사업성 있는 분야를 모색하고 있었다.

평양의 고려호텔에 갇혀 있으면서 난 서울서 가져간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란 책을 읽었다. 21세기 정보혁명의 시대와 세계화를 ‘첨단의 렉서스와 과거의 올리브나무’를 통해 날카롭게 분석했는데, 바로 남과 북을 상징적으로 그리는 것 같았다.

IT를 통해 강성대국을 건설하겠다면서도 인터넷을 막고 있는 북한! 지구상에서 가장 닫힌 사회가 열린 공간 인터넷이 핵심인 IT산업을 통해 발전하겠다면 과연 그 접점을 어디서 찾아야 할까?

평양이 서울을 거부하고 세계로 나갈 수는 없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