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는 언론의 자유가 온 국민의 자유이어야 함을 엄숙히 선언한다. 언론 자유는 국민의 것이다. 더 이상 언론의 자유는 권력화한 언론사나 언론인들의 자유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한국 언론은 권위주의 정권 시절 수많은 국민들이 반독재 민주화 투쟁에 나섰을 때 군사독재 편에 서서 걸핏하면 민주화 운동을 용공, 좌익, 급진, 폭력, 불법으로 매도한 부끄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은 87년 ‘6월항쟁’을 통해 언론이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 그후 14년 동안 국민들은 언론이 ‘민주주의의 수호자’, ‘국민 목소리의 대변자’로 새롭게 태어나기를 간절히 기다려 왔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우리 언론은 국민의 염원을 외면하고 군사독재가 물러간 자리를 차고앉아 스스로를 권력화 시켰다. 그리고 우리는 권력화된 펜과 마이크가 군사독재의 총칼 못지 않은 맹독일 수 있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다.
족벌언론·재벌언론으로 대표되는 한국언론과 언론인들은 비민주적 봉건 이데올로기에 젖어 사사건건 개혁을 가로막아 우리 사회의 민주적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표현의 자유, 사상의 자유, 학문의 자유의 최대 걸림돌이자 부끄러운 냉전시대의 유물인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에 언론이 부정적이거나 유보적이라는 사실이다.
노동자 운동의 핵심인 단결권과 파업권은 우리 언론에 의해 부정되고 유린되고 있다. 이로 인해 1000만 노동자들은 늘 ‘잠재적 범법자’, ‘잠재적 폭력범’으로 내몰릴 위험에 처해있다.
언제 한번 우리 언론이 400만 농민들의 고단한 삶을 제대로 보도한 적이 있었던가?
한국의 족벌언론은 교육개혁을 열망하는 전국의 교사, 교수, 학부모들에게 빨간색을 칠하고 싶어 안달하고 있다. 정치개혁, 사법개혁, 재벌개혁 등의 개혁과제와 인권신장, 부패방지를 요구하는 시민사회의 노력은 언론에 의해 묵살되고 있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해 족벌언론, 재벌언론은 비이성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 동안 재벌이나 다른 기업의 탈세에 대해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던 족벌언론, 재벌언론은 스스로의 탈세에 대해서는 ‘탈세의 자유’조차 언론의 자유라고 강변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단호히 선언한다.
지난 3월 166개 시민·사회·종교 단체들이 참여하여 발족한‘신문개혁국민행동’은 당면한 언론개혁의 제 1명제를 신문개혁에 두고, 그 중에서도 첫 번째 과제를 정기간행물등록법 개정으로 정했다. 우리 언론이 펜과 마이크로 권력을 휘두르게된 근본 원인이 족벌체제와 황제식 경영에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언론사주들의 가부장주의적, 천민자본주의적 언론사 경영은 언론개혁을 위해 가장 먼저 넘어야 할 산이다.
오늘 우리는 우리언론을 국민들의 말할 자유와 알 권리에 충실한 봉사자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현역 언론인들이 언론개혁 6월 선언에 대거 참여한 것은 언론개혁 운동의 성공을 예감하게 한다. 그 동안 생존권 투쟁에 전념했던 노동운동, 농민운동 분야가 이 선언에 참여한 것도 힘을 얻게 하는 부분이다. 오랫동안 민주화 운동을 이끌어왔던 종교계가 언론개혁에 다시 발벗고 나서고 있는 것도 천군만마가 더해진 듯 사기를 충천하게 한다.
우리는 현 정권에 당부하고자 한다. 언론을 장악하고자 하는 권력의 어떠한 시도에 대해서도 우리는 ‘언론자유’의 이름으로 강력히 대처할 것이다. 민주사회의 언론은 정치권력의 몫이 아니기 때문이다. 언론사 세무조사 결과와 공정거래위 조사의 투명하고 적법한 처리만이 그 동안 난무해온 ‘언론탄압 음모론’을 불식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명심하라.
오늘 이 선언을 계기로 우리는 이 땅에 진정한 민주언론이 정착할 때까지 언론개혁운동에 매진할 것임을 엄숙히 다짐하며 ‘신문개혁국민행동’의 ‘행동지침’을 온 국민들과 더불어 더욱 힘차게 실천에 옮길 것임을 약속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