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29일 6개 언론사를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면서 공개한 탈루 유형에는 법인과 대주주를 둘러싼 다양한 수법들이 포함돼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여기에는 각종 차명계좌를 이용, 법인세를 탈루하거나 매매형식을 빌어 증여세를 빼돌린 사례들이 주요하게 거론됐다.
국세청 발표에 따르면, 세부적으로는 취재비, 복리후생비, 광고활동비 등의 명목으로 지출한 자금을 사적인 용도로 쓰거나 법인세 탈루에 이용한 경우도 공개됐다. 지국지원비를 허위 계상한 언론사도 있었으며 사실상 개인 차량을 회사 돈으로 운영하거나 사주 일가의 해외여행 경비를 회사가 대준 사례도 있었다. 국세청은 또 중앙일보가 특정 사업연도에 대한 장부 및 기타 증빙서류를 파기한 것과 관련 법정신고기한으로부터 5년이 경과하지 않은 법인이 관련 서류를 조사 착수 전에 파기한 행위는 조세포탈을 위한 증거인멸 목적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주식 우회증여 통한 증여세 탈루
사주 관련 부분에서 가장 집중적으로 거론된 내용이다. 조선일보의 경우 방상훈 사장은 방 모 전무 등 9명 이름으로 명의신탁해 둔 조광출판인쇄 주식 16만6000주를 명의신탁 주주와 주당 5000원씩 주식을 매매한 것처럼 계약서를 작성하는 방법으로 아들에게 우회 증여해 증여세 8억원을 탈루했다. 또 비슷한 방법으로 아들에게 스포츠조선 주식 8만1000주를 증여, 22억원을 탈루했다.
동아일보는 94년 고 김상만 회장의 동아일보사 명의신탁 주식 26만6526주를 포함, 28만363주를 일민문화재단에 출연하고 상속세 면제 신고를 했다. 그러나 조사결과 98년 주식실명전환 기간을 이용, 김병관 명예회장의 아들 재호, 재열씨에게 실명 전환해 증여세 40억원을 탈루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열씨는 96년 동아닷컴 최초 출자자금 30만주(15억)를, 재호씨는 동아일보사로부터 취득한 동아닷컴 주식 10만주(5억)를 김 명예회장으로부터 현금으로 받았으나 증여세 신고를 하지 않고 11억5000만원을 탈루했다.
조희준 전 국민일보 사장도 97∼99년 아버지의 자금 20억원을 현금으로 인출해 개인차입금 상환 등에 사용하면서 9억원의 증여세를 탈루했으며 98년 계열사 임원 명의로 17억원 상당의 빌라를 취득했으나 4억원을 증여세 신고에서 누락시켰다.
그외 사주 관련 사례
조선일보사 계열기업의 한 사장은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를 받기도 했다. 이 사장은87~94년 한 업체 사장에게 자금 일부를 지원했다가 사업 실패로 상환받을 수 없게 되자 채권확보용으로 부동산(임야 등 8만9050㎡)에 근저당을 설정하면서 농지 일부는 차명으로 취득했다. 여기에 윤모씨의 주민등록을 위장전입시켜 공시지가 7억원 상당의 농지를 편법 취득했다. 동아일보 김병건 부사장은 출판판매업체 대표 심씨 등에게 97년 7억원을 대여, 해당 업체 직원의 계좌를 통해 3억원의 사채이자를 수취했으나 소득세 신고에서 누락시켰다. 또 차명계좌를 통해 송금 받은 부동산 임대소득 1억원도 소득세 신고를 하지 않았다.
한국일보는 96년 사주일가에 대한 가지급금 이자 17억원을 장기간 회수하지 않다가 광주, 대구 등 지방공장에 각각 취득원가로 대체 계상하여 회수한 것으로 위장했다. 한국일보는 97년 이들 자산에 대한 감가상각비로 1억원을 계상하는 등 결손금액을 과대계상하고 사주들로부터 원천징수해야할 소득세 5억원을 누락했다. 또 96~97년 해외유학 중이거나 76세의 노령자로 회사에 근무하지 않은 사주일가에 대해 급여 4억원을, 97년에는 일본 출장비 명목으로 지급한 2300만원을 비롯 해외여행경비 5억원을 지급했다. 한국일보는 9억원의 총 경비를 법인의 결손금액으로 과대계상해 사주일가의 소득세 2억원을 누락시켰다.
부외자금 통한 법인세 탈루
법인의 부외자금 조성 문제도 적잖은 탈루사례로 제기됐다.
조선일보는 법인에서 조성한 부외자금을 전·현직 임직원 명의의 차명계좌로 관리하면서 96~99년 여기서 발생한 수입이자 11억7800만원을 법인 수입으로 계상하지 않았으며, 부외자금 중 31억5500만원을 회계처리 없이 유출해 법인세 등 32억원을 탈루했다. 특히 이 금액 가운데 7억7600만원은 사주일가의 대출금상환에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일보는 96∼99년 외부간행물 인쇄용역비 31억원을 법인명의의 부외계좌 8개에 나눠 입금, 금융거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입금계좌를 3개월∼1년마다 바꾸는 방법으로 장부상 수입금액을 누락했다. 국민일보는 이 자금을 현금 등으로 인출, 사주 개인용도 등으로 사용해 법인세 등 26억원을 탈루했다.
중앙일보는 90년대 초반부터 명의신탁으로 보유하고 있던 관련사 주식을 97년말 경 법인이 매입하여 투자 유가증권으로 계상하면서 기업자금을 유출, 23억원의 부외자금을 조성했다. 중앙일보는 98년 이후 관련 자금의 이자 1억원을 신고누락했으며 자회사 분사 시 임직원 차명으로 주식을 출자, 계열사를 관리하는 등 기업자금을 변칙 유출해 법인세 등 20억원을 탈루했다.
한국일보는 96~97년 지국에 비품을 지급하고 대금의 50% 안팎을 수금한 금액 16억원을 회사 수입에 계상하지 않고 부외자금을 조성, 현금으로 인출·사용했다.
기타 회계처리 조작
조선일보는 96년 11월 15일~12월 30일 임직원 복리후생비나 거래처 접대비 지급 등으로 회계처리를 한 뒤 8억3000만원을 유출, 법인세 등 8억원을 탈루했다. 또 개인 차량을 회사 차량인 것처럼 자산으로 계상하고 운전기사 급여, 차량 감가상각비, 유지관리비 등 6억125만원을 회사비용으로 처리, 법인세 등 5억원을 탈루했다.
동아일보는 95~99년 취재자료조사비 청구서를 허위 작성해 33억원의 자금을 유출했다. 그중 12억원을 김병관 회장 차명계좌에 입금, 사적 용도로 사용하는 등 법인세 등 27억원을 탈루했다. 또 매월 광고국에 지급하는 광고활동비 중 500만원을 김 회장 계좌에 입금, 김 회장은 96~97년 3억2000만원을 개인용도로 사용했으며 이를 통해 2억6000만원을 탈루했다.
대한매일은 96~99년 비사업자인 개인 등이 광고를 의뢰하면 대부분 세금계산서 등 영수증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세금계산서 등을 발행하지 않고 34억원의 수입금액을 누락, 31억원을 탈루했다. 대한매일은 또 서울시내버스 광고업무를 대행하던 이태수(서울신문사 국민체육진흥사업국 대표), 정대식(대한매일 사업지원단 대표)씨에게 96~2000년 대행수수료 168억원을 지급하면서 70억원 상당의 세금계산서를 영업사원 명의의 위장계산서로 수취했다. 대한매일은 이를 통해 이태수, 정대식씨의 수입금액 누락을 방조했다.
한국일보는 97년 10월 건설 중이던 별관 사옥을 생명보험회사에 양도하면서 건설과 관련이 없는 운영자금 이자 11억원을 비용으로 처리하지 않고 취득가액으로 공제, 15억원을 탈루했다. 또 96년 지국지원비 96억원을 당기 비용으로 처리하지 않고 87억원은 이연자산인 신기술연구비로, 9억원은 고정자산인 성남공장 전기시설비로 대체해 법인의 결손금액을 과대 계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