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국세청의 언론사 세무조사 결과 발표와 29일 6개 언론사 고발 조치가 이어지자 각사 일선기자들의 반응은 ‘정권의 언론탄압’으로 규정하며 정면 대응을 결의한 조선일보를 한 축으로 점차 편차가 넓어지는 형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국세청의 고발을 기점으로 조선, 중앙, 동아 등 지면을 통해 탄압정국을 이끌어가던 이들 3사간, 고발된 다른 신문사, 그외 언론사 편집국 분위기에 변화의 기운도 감지돼 주목된다.
조·중·동`‘제길 찾기’`고민
27일 비상 기자총회에서 채택한 ‘비판언론을 압살하려는 권력에 맞서 투쟁하겠다’는 요지의 성명이 일련의 조선일보 분위기를 대변하고 있다. 기자들은 성명에서 “비판언론을 압살하려는 권력의 음모가 명확히 드러난 이상, 그 음모에 분연히 맞서 언론자유와 조선일보를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한 기자는 “세무조사가 착수된 이후 지금까지 결국 애초 예상대로 전개되지 않은 게 무엇인가”라고 반문하며 이같은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 차장급 기자는 “신문을 독재권력,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하는 등 외부의 시각은 기자로서 자긍심과 존재가치를 송두리째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라며 “맹목적으로 뭉치자는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29일 오후 6시 편집국에서 송필호 부사장이 국세청 고발 사항에 대한 설명회를 열었으며 이 자리에서 기자 일동 명의의 성명 채택 문제가 거론됐으나 기자 총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돼 유보됐다.
한 기자는 조선일보의 성명 발표와 관련 “무슨 일이든 정부 입장이 있으면 이와 다른 입장도 개진할 수 있는 것”이라고 평했다. 반면 이 기자는 “세무조사 정국을 일방적으로 옹호할 생각도 없지만 그렇다고 조선일보식 대응도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면서 “공식화된 바는 없으나 이같은 입장 차 속에서 이후 행보를 고민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 차장은 “지금도 홍 사장 구속 당시 정부태도가 온당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언론사도 탈세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던 그때 조선, 동아의 보도태도도 기억하고 있다”며 이들 신문사와 일정 수준 ‘거리 두기’의 정서를 내비치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29일 부서별 대표모임을 가졌으나 세무조사 등 일련의 정부태도가 언론탄압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의견과 내부 자성론이 엇갈려 입장 정리를 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기자들은 다음달 2일기자총회를 통해 입장을 논의할 방침이다.
한 기자는 이날 모임과 관련 “논란이 있었지만 조선일보식으로 사주를 비호하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는 데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면서 “30일자 1면에 자성의 목소리를 담은 것에 대해서도 많은 기자들이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경영진`관련`문제`공감”
국민일보 노조는 다음달 2일 집행부 회의를 열어 조희준 회장 고발과 관련된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한 기자는 “조 회장에 대한 고발은 타사 사주 고발과는 성격이 다르다”면서 “조 회장이 국민일보를 이용해 넥스트미디어그룹이라는 자신의 부를 축재했다는 점은 그동안 노조를 비롯한 내부에서 꾸준히 제기해왔던 문제”라고 말했다. 노조 주장이 사실로 판명난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다른 한 기자는 “조 회장의 자업자득”이라며 “이번 고발이 투명경영의 계기가 되어야 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는 기자협의회 차원의 공식 입장을 발표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기자는 “조선일보 식의 대응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면서 “30일자 신문에 자성의 목소리를 게재한 것도 기자들의 비공식적 제안이 일조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한 기자는 “내부에서는 현 경영난을 초래하고 비리의혹이 제기됐던 사주 고발이 안된 데 대해 아쉬워하는 기자도 있으며 지금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사주 구속은 회사에 이로울 게 없다는 입장도 있다”고 전했다.
대한매일 역시 노조나 편집국의 공식 입장 표명 계획은 없다. 반면 법인 고발과 관련 사내에서는 정부 책임론을 제기하며 소유구조 개편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의견이 높다는 전언이다. 한 기자는 “결국 무능 경영인을 낙하산으로 내려보낸 인사상 문제와 감사원 감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부의 관리책임이 있는 것”이라며 “소유구조 개편의 필요성을 재확인한 셈”이라고 말했다.
타사 “사실전달 충실”`분위기
경향신문은 무엇보다 세무조사 자체공개 결정에 대한 긍정적인 분위기가 높았다. 노조 홈페이지에서도 자체공개 결정에 대한 호응이 적잖다는 전언이다.
한 기자는 “선도적으로 자체공개 결정을 내린 데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를 계기로 명확하게 경향의 차별성을 확립해 나가야 한다는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또다른 한 기자는 “자칫 정부방침에 대한 일방적인 지지로 오도될 수도 있다”며 “조선, 중앙, 동아등에 대한 비판만큼이나 정부 태도에 대해서도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문화일보의 한 기자는 “차분히 지켜보자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 기자는 “회사 이해관계를 떠나 섣불리 형세를 재단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충실하게 사실을 기록·전달하는 것도 유의미하다”고 말했다.
한 간부는 “조선일보 기자들의 성명은 누가 보아도 자사이해가 맞물려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 특별히 논의한 바는 없으며 일단 사실 보도에 충실한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방송사의 한 기자는 “세무조사 결과와 관련, 기자들이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지는 않고 있다”면서 “신문사보다 상대적으로 경영상황이 양호하고 혐의내용 중 개인비리 등이 거론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