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취재부문에서 좋은 기사들이 가장 많았다는 것이 129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위원들의 의견이었다. 이 부문 수상작은 원주 MBC의 ‘미군부대 캠프롱(Camp Long) 기름 유출’ 보도다. 이 보도는 시커멓게 변한 흙, 논에 흘러든 기름 때문에 난감해 하는 농부, 항의 시위 등의 장면을 생생하게 담았다. 기름 성분을 분석, 증거를 보여준 것도 돋보였다. 수상은 못했지만 국제신문의 ‘부산의 허파, 진정산 지켰다’도 호평을 받았다. 이 신문은 땅주인이 의뢰해서 만든 계획을 기초로 부산시가 진정산을 공원으로 개발할 예정이라는 사실과 이 산의 환경적 가치를 집중 보도해 계획을 백지화하도록 했다. 부산방송의 신종 토지사기 보도와 전남매일의 오폐수 방류 보도 역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수상하진 못했다.
취재보도부문에서는 문화일보의 ‘의약분업 및 건강보험 재정감사 결과’가 수상했다. 이 신문이 이미 올해 2월부터 의약분업에 재정적 문제를 꾸준히 추적해온 공로도 심사에서 참작됐다. 중앙일보의 ‘재혼엄마 따라간 아이들/새 아버지와 성 달라 고통’은 소수이지만 당사자인 아이들에게는 큰 문제를 다루었고, 이혼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수작이라는 평이었지만 뽑히진 못했다.
기획보도부문에서 많은 품을 들인 작품들이 적지 않았다. 정부 부처의 중복 사업을 다룬 문화일보의 ‘IT정책 문제있다’는 알려진 문제를 잘 정리했다는 평가였지만 구체성이 결여된 것이 흠. 동아일보의 ‘기업윤리가 경쟁력이다’도 좋은 시리즈지만 노동착취 등 윤리문제가 국제통상에서도 중요한 요소가 된 구조적 변화를 적시하는데는 미흡했다는 평가였다. 중앙일보의 ‘실패한 국책사업’ 시리즈는 종합과 정리는 우수했지만 심층적 접근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평가. 신약 승인의 기간 단축이나 예외 규정의 필요성을 실감나게 보도한 KBS의 ‘말기 환자들에게 마지막 기회를’도 수작이지만 엄격한 신약 도입 절차의 기본 취지에 대한 언급이 빠진 것이 아쉽다. 상은 중앙일보의 ‘지방을 살리자’에게 돌아갔다. 1, 2부로 나누어 23회에 걸친 이 시리즈에서 지방 문제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 시리즈는 지방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지역기획보도부문에서는 국제신문의 ‘습지와 새’가 수상했다. 기존의 고발 위주나 레저 측면의 소개와는 달리 을숙도등 전국 14개 습지의 조류 생태와 습지를 지키는 사람들을 소개해 환경 보호의 필요성을 더욱 설득력 있게 역설한 시리즈다. 같은 신문의 ‘남명을 찾아서’는 남명 조식 선생을 재조명한 것으로 지역문화 발굴이라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선정되진 못했다.
전문보도부문에서 수상한 문화일보의 ‘태산 같은 성은의 실족’은 안동수 전 장관의 괴로워하는 모습을 잡은 사진으로 정부 인사난맥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한국에서 사라진 것으로 알려진 희귀조의 서식현장을 담은 문화일보의 ‘호사도요’는 기획보도로 출품됐지만 심사위원들이 사진 저널리즘의 가치를 평가해 이 부문 공동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이번 출품작이 다룬 주제들은 전체적으로 5월의 긴박했던 정치·사회 상황을 잘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총 23편의 작품 중 환경·의학·자연 기사가 9편이었다. 또한 종합·정리 성격의 기사는 많았지만 탐사를 통해 감춰진 사실을 파헤친 기사는 여전히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