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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치 맞지 않는 의도적 부풀리기"

세무조사 '김정일 위원장 답방 정지용'기자들 생각은…

서정은.박주선 기자  2001.07.07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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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가치 ‘있다-없다’ 팽팽

“김정일 답방 사전 정지용 발언은 한나라당의 중요한 뉴스거리였다. 한나라당 출입기자로서 기사화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야당 입장에선 충분히 그런 의혹을 제기할 수 있는 것 아니냐.”

“주요기사로 처리하고 안하고는 각 사가 알아서 판단할 문제다.”

언론사 세무조사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용이라는 한나라당 주장을 일부 언론이 확대 보도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주요하게 보도했던 기자들은 “기사화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대다수의 기자들은 “실체도 근거도 없는 정치 공세를 일부 언론이 회사 이해관계에 따라 부풀리고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야당의 주장을 아예 기사화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주장의 객관성이나 근거를 따지는 것도 필요한데 이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동아일보가 홍사덕 한나라당 의원의 발언 이후 2일자 1면 머리기사로 ‘김정일 답방용’이라 야당의 주장을 주요하게 보도하고 조선과 중앙도 같은날 1면에서 이를 비중있게 처리하자 “기사 가치에 맞지 않은 의도적 부풀리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동아일보 일부 기자들은 2일 기자총회에서 “확인도 안된 일방적 주장을 1면 톱으로 기사화한 것은 문제다” “회사 입맛에 맞아 1면 톱으로 처리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의 색깔공세를 비판적으로 보도했던 한 신문사 정치부 차장도 “김정일 위원장이 남측 보수세력을 의식해 서울에 못 온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무조건 보도하고 보자는 일부 신문의 태도는 잘못”이라고 말했다.

다른 신문사 한나라당 출입기자는 “논리적 비약이 심한 야당 주장을 자사에 유리하다는 이유로 확대하고 있다”며 “야당은 색깔공세가 정권창출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이고 조중동은 야당 도움을 받으면서 생존을 위해 지면을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은 2일 논평을 내고 “‘김정일 답방용’ 주장은 ‘색깔론’을 기반으로 한 악의적 정치공세인데도 일부 언론은 이에 대한 비판은 커녕 비중있게 보도해 언론의 공적 기능을 포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전 정지설 근거 있나

언론사 세무조사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앞서 보수언론을 정비하려는 것이라는 한나라당의 주장은지난달 30일 홍사덕 한나라당 의원이 KBS 심야토론에서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홍 의원은 이날 “지식인 사이에 떠도는 귀엣말”이라며 이같은 주장을 폈지만 뚜렷한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야당 중진인 홍 의원의 발언은 다음날 한나라당 주요 당직자 회의 등을 통해 확산됐고 2일 일부 언론이 이를 여과없이 보도하면서 정치공방으로 번졌다. 그러나 언론에 의해 확전되는 듯 했던 한나라당의 ‘김정일 답방용’ 주장은 출처와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면서 주춤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 신문사 정치부 기자는 “출입 기자들과 야당 당직자들의 술자리에서 ‘김정일 답방을 위한 보수언론 죽이기 아니냐’는 얘기들이 가끔 떠돌긴 했다”며 “상식적으로 말이 안될 뿐만 아니라 출처가 불분명해 신경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갑자기 홍 의원이 이 문제를 공식화한 배경이 궁금해 취재하려고 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다”며 “세무조사를 공격하기 위해 이회창 총재 주변 보수언론 출신들이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작품’이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