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사정이 있어도 남에게 드러내놓고 말못하고 끙끙 앓을 때 곧잘 쓰는 표현으로 ‘벙어리 냉가슴 앓듯 한다’라는 게 있다.
요즘 명색이 언론인에 낀다는 기자들이 이런 형국에 빠졌다. ‘자유’라고 하면 언론인들은 우선 언론자유부터 떠올리게 되는데, 이 언론자유가 언론사 세무조사 결과를 계기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며 심지어 술자리 안주 감으로 씹히고 있다.
‘세무 당국의 고유한 조세 권한’ ‘조세권을 앞세운 언론 탄압’이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며 모든 신문이 1면부터 도배하다시피 하고 방송은 매시간 땡 소리와 함께 이를 보도하다보니 애써 외면하려 해도 연일 귓전을 때리며 편치 않게 하고 있다.
그렇지만 정작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것은 누구 말이 옳다고 손 들어주기 이전에 언론 사주나 경영진도 아니고 나라 녹을 먹는 것은 더더욱 아닌 기자들만 이래저래 마음고생 한다는 데 있다.
먼저 고유 조세 권한이 맞는다손 칠 때 기자들은 지성을 앞세운 채 엉큼하게 세금 떼어먹는 집단에서 월급 받고 이를 방조한 파렴치범으로 몰렸다.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다음으로 언론 세무조사 밑바닥에 언론 탄압을 위한 저의가 숨어 있다면 우리 기자들은 지지리도 복 없는 언론 환경 속에 살고 있는 셈이다.
적잖이 암울했던 지난날을 거쳐 사회 곳곳의 민주화 바람을 타고 우후죽순처럼 생긴 언론사들이 생존경쟁을 위해 이전투구를 거듭하다 좀 자리를 잡는가 했더니 난데없이 IMF(국제통화기금) 경제한파가 몰아닥쳐 구조조정이다 뭐다 해서 봉급쟁이의 서러움을 맛보는 아픔도 모자라, 이마저 잠잠해 지니까 권력의 길들이기가 시작 됐다면 이 얼마나 박복한 우리 언론인가.
여기에 한 술 더 떠 한솥밥을 먹는 신문-방송간 임에도 서로 생각하는 게 왜 그렇게 다른지 상대방 공격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정치권은 정쟁 대상으로 핑퐁 게임을 하는 등 이번 사태가 마치 다른 사람들을 위한 대리전으로 번지는 양상마저 띄는 것을 보면 아쉽다 못해 서글프기 짝이 없다.
이런 와중에 지역 언론은 뼈빠지게 일해도 아직 처우가 IMF 이전으로 되돌아오지 못한 곳이 수두룩한 가운데 무엇 때문에 맞는지도 모른 채 얻어터지는 꼴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