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중반의 편집국 부장에서 지난해 입사한 새내기까지, 대한매일 기자들이 지난달 25일부터 문화관광부 앞에서 대한매일의 소유구조 개편을 촉구하는 1인 릴레이 시위를 벌였다. 강석진 전국팀장, 강충식 국제팀 기자, 노승옥 편집팀 기자, 전영우 사회팀 기자, 김미경 디지털팀 기자, 김형찬 편집팀 기자, 최병렬 전국팀 차장, 김경두 편집팀 기자 등 모두 8명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 뒤로 대기하고 있던 40여명의 기자들은 5일 오전 김한길 문화관광부 장관이 소유구조 개편을 위한 주식가치 재평가 일정을 공식화하면서 릴레이 시위가 중단되자 못내 아쉬워했다(?)는 후문이다.
첫 번째 주자는 노조위원장 출신의 강석진 전국팀장. “릴레이 시위에 더 많은 후배들이 참여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선뜻 동참했다”는 강 팀장은 “맨 먼저 1인 시위에 나설 뜻은 조금도 없었는데 노조 후배들이 상징성 등을 고려해 1번으로 했으면 하고 부탁해 거절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한 시간을 꼿꼿하게 서 있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지만 난생 처음 하는 1인 시위라 표정 관리도 만만치 않았다. 강 팀장은 “엄숙하고 딱딱한 표정보다는 미래에 대한 희망, 바른 신문을 만들겠다는 각오가 보는 사람들에게 전달되기를 희망했어요. 지나가다 멈춘 버스에서 유심히 보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 반갑기도 하고 이런 표정들을 짓는 독자들을 위해 신문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죠”라고 털어놨다.
최병렬 차장은 이번 릴레이 시위로 공중파 방송에 출연하게 됐다. 7일 방영될 MBC 미디어비평에서 대한매일 소유구조 개편을 다루면서 30여분간 카메라 앵글에 잡혔다. 최 차장은 시위 도중 맑은 하늘에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면서 고생을 했지만 “MBC 촬영이 시작되고 바로 비가 내리더라고요. ‘그림 된다’ 생각했죠”라며 웃었다. 노조위원장을 지내고, 지난해 회사발전위원회에 참여해 소유구조 개편안 작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최 차장은 “최근 변화를 보면 흥분된다”며 “막상 시작되니 두렵기도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신문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온다는 생각에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김미경 기자는 시위하던 날 종일 내리던 굵은 장마비 덕분에 ‘빗속의 여인’이 됐다. “선배들이 우비도 주고 잘챙겨줘서 한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잘 모르겠어요. 힘들기보다는 비가 와서 사람들이 거리에 별로 없어서 아쉬웠어요. 무슨 생각 했냐고요? 빗속에 서 있으니까 입사 때부터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더라고요.”
노승옥, 김형찬, 김경두 기자는 1∼2년차 기자들이지만 소유구조 개편에 대한 열망은 선배들 못지 않았다. 김형찬 기자는 “정권의 직간접적인 영향에서 독립하고 독자들의 신뢰를 찾을 수 있는 언론이 되기 위해 소유구조 개편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3월 입사한 가장 막내 기수의 김경두 기자는 “대학교 다닐 때도 시위에 익숙한 학번이 아니었고, 더군다나 1인 시위는 처음”이라며 “창피하다는 생각보다는 사람들이 많이 봐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참여했던 기자들에게 소유구조 개편은 이제 당연한 얘기다. 한 시간 내내 부동의 자세를 유지해 보는 이의 혀를 내두르게 했다는 강충식 기자는 이렇게 말한다. “한 시간 동안 뭐할까 생각하다 지나가는 차 대수를 셌어요. 소유구조 개편은 더 이상 고민할 문제가 아니라 당연한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