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 사주 고발과 관련 편집국 성명이나 노조 설문조사를 통해 조선일보 기자들의 입장이 전해진 가운데 한 기자가 이메일클럽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밝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민주당을 출입하는 김창균 기자는 11일 ‘어느 기자의 요즘 생각’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조선일보 내부 분위기와 외부 비판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김 기자는 조선일보 기자들이 만장일치로 성명을 채택한 데 대해 “젊은 기자들마저 반론 한마디 없는 조선일보야말로 경직된 조직이 아니냐는 민주당 관계자의 말을 들었다”며 내부 정서를 전했다.
“조선일보는 몇 차례 외부 집단과 갈등 국면을 맞은 적이 있는데 ‘불만을 외부로 표출 않는’ 문화 때문에 그때마다 일치 단결한 것 같이 보이지만, 사람들이 모인 곳인데 왜 이견이 없겠는가. 그러나 이번만큼은 내부적으로 큰 고민이나 갈등이 없고 그래서 성명 채택도 큰 어려움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권이 조선일보를 ‘탈세 내지 부패 집단’으로 몰고 가고 있는데, 조선일보 내부에 있는 사람들은 그 같은 인식에 도저히 동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 기자는 세무조사에 대해서도 “사원들이 회사에 가진 불만 중 하나가 ‘세금을 바보같이 너무 많이 낸다’는 것이었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재벌에 비하면 구멍가게밖에 안되는 규모의 회사가 법인세 100대 기업 안에 드는가 하면, 다른 신문사 전체를 다 합한 것 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세청이 수십명의 정예요원을 투입해 넉달 동안 뒤지면 뭔가 문제되는 것은 나오기 마련이다. 조선, 동아일보를 향해 겁 없이 ‘부패언론’이라고 부르는 정치인에게 국세청 조사반원 4~5명씩 달라붙어 조사한다면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까.”
김 기자는 아울러 “‘언론자유’와 ‘사주의 이해’라는 것이 마치 절대 배타적인 것처럼 개념 설정을 해 놓고 ‘젊은 기자들이 사주의 이해관계 때문에 언론자유를 저버린다’고 비난하는 데는 어리둥절해질 따름”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정치발전 단계에서 언론과 기자의 사명은 ‘권력을 비판하고 견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기능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신문이 잘 팔린다. ‘언론의 자유’와 ‘사주의 이해’가 100%일치하지는 않겠지만, 배타적이기 보다는 오히려 일치하는 편이 많을 것이다. ‘기자들이 사주가 구속될까봐 보호하기 위해 미친 듯이 날뛴다’는 주장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사주 구속을 막으려면 권력의 비위를 맞춰야지 권력과 끝까지 싸우겠노라고 성명이나 내고, 권력에 비판적인 기사를 많이 쓰는 것은 이른바 사주 보호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김 기자는 이번 글에 대해 “주요 관심사이고 외부에서도 궁금해 할 것이라고 생각해 개인 의견을 썼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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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조사, 미운 언론 매 때린 것
"그럼에도 동아의 갈 길은 좋은 신문”
동아 신임 편집국장에 드리는 글
“세무조사의 시기나 지나치게 많은 액수의 추징액 등으로 미뤄볼 때 (정권이) 언론을 장악하려는, 미운 언론사에 매를 내려친 것이라는 점은 그 누구도 선뜻 부인할 수 없는 대목입니다. (중략) 후배 기자들이 국장께 바라는 내부 개혁의 목표는 간단합니다. 동아일보를 보다 공정하고 심층적이며 정보도 많이 담긴 좋은 신문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11일 김용정 신임 편집국장의 취임식에서 편집국의 한 기자가 낭독한 ‘신임 편집국장께 드리는 글’은 최근 동아일보 기자들이 갖고 있는 고민을 담고 있다는 데 주목할 만하다.
이 글을 발표할 것을 제안했던 한 기자는 “성명서 발표가 유보됐지만 기자들이 현 사태를 어떻게 보는지에 대한 입장 정리가 필요하고, 신임 국장에 대한 주문도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기자는 “의결기구를 거쳐 작성된 글이 아니라 한 기자가 쓴 것이지만 기자총회에서 나온 다수 기자들의 고민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부서별 대표자 모임의 대표이자 글을 작성했던 기자는 김 국장에 대해서 ▷정권의 언론장악 기도에 굴하지 않는 당당한 자세를 끝까지 지켜줄 것 ▷구성원들의 생각의 갈라짐을 다양함으로, 보다 나은 결론을 찾기 위한 과정으로 만들어 나갈 것 ▷내부의 패배주의를 불식시키고 비전을 제시할 것 등을 주문했다.
언론사 세무조사와 관련해서는 “세금 추징과 사주의 고발은 시작에 불과하며, 사주의 검찰 소환, 사법처리, 재판, 사면 등 일련의 절차가 꼬리를 물고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권이 매를 들 경우 신문사가 꼿꼿이 정론을 지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지면에 당당한기자정신이 흘러 넘치게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지면 제작에 대해서는 동아일보를 공정하고 심층적인 신문으로 만들 것을 강조했다. 그는 “무엇이 공정한가를 놓고 때로는 의견차를 보이지만 무엇이 동아일보를 위한 것인지, 독자들을 위한 것인지를 따져보면 된다”며 “신문과 독자를 앞세워 지면을 제작하자는 공감대만 형성되면 문제는 저절로 해결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격다짐으로 끌고 가는 보스형 지도자가 아니라 비전을 제시하고 대화를 하면서 변화를 유도하는 리더형 지도자”라고 말했다.
한편 국세청의 세무조사 결과 발표 직후부터 기자총회와 몇 차례 부서별 대표자 모임을 가졌던 동아일보 기자들은 성명서 발표를 유보하기로 했다.
한 부서의 대표기자는 “성명서 내용에 대해 기자들 간에 입장 차가 있었기 때문에 일단 성명서 발표는 유보하기로 했다”며 “그러나 부서별 대표자 모임은 유지하면서 상황에 따라 성명서 발표 여부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