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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를 켜며] 권사장 파국 원하나

박미영 기자  2001.07.14 11: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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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월간에 걸친 CBS파업을 안타까운 심정으로 지켜보던 많은 사람들은 지난달 26일 협상 타결 소식에 진심으로 환영의 박수를 보냈다. 사측 전권대표로 나온 김상근 목사와 민경중노조위원장은 8시간 넘게 협상을 해가며 재단개혁을 골자로 한 정관개정과 임금인상 뿐 아니라 파업 과정에서 발생된 고소고발사건 취하 및 직원들에 대한 징계·해고 조치를 취소한다는 내용에 어렵게 합의하고 기자회견을 통해 이를 공표했었다.

그런데 그 합의사항이 20일이 넘도록 이행되지 않고 있다. 지난 5일 가진 노사협의회 자리에서 권호경 사장은 “김상근 목사로부터 고소고발을 취하하라는 권고를 받았으나 고소고발을 취하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파업 기간 중 가입 대상을 확대한 노조 규약을 먼저 원상복구 해야 논의할 수 있다며 9일 열기로 한 노사협의회를 일방적으로 무산시킨데 이어 현재까지 노조의 협상제의를 거부하고 있다.

결국 CBS 노사 관계는 다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형국이다. 보도국 기자들이 파업기간 중 해고된 박종률 기자의 복직과 1년이 다 돼가도록 수습신분을 면치 면하고 있는 수습기자들의 정사원 발령을 요구하며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집단행동에 돌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편성제작국 PD들은 시사자키 진행자였던 정태인씨의 복귀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 CBS가 풀어야 할 과제들은 이같은 현안 말고도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는 9개월간의 공백기간동안 멀어진 청취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일 것이다. 권 사장은 기자들까지 불러모아 공표한 사실을 되돌리려는 무리한 시도로 파국을 초래하지 말고 대타협의 정신을 살려 합의사항을 하루빨리 이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