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방송3사 기습폭우 어떻게 대응했나

KBS 비상체제 신속 가동...MBC 초기대응 미흡

박미영.서정은 기자  2001.07.21 00:00:00

기사프린트

지난 15일 새벽 기습적인 폭우로 50여명의 사상자가 나는 등 엄청난 피해가 속출하자 방송사 보도국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그러나 기상청 예보가 빗나가면서 밤사이에 갑작스럽게 벌어진 상황으로 피해상황 집계에 어려움이 있었을뿐 아니라 아침에는 이미 비가 잦아지는 등 상황이 종료돼 재해방송 여부를 놓고 고심하기도 했다.

가장 발빠른 움직임을 보인 곳은 KBS. KBS는 14일 오후 11시부터 빗줄기가 굵어지면서 야근자들이 비상체제에 돌입했고, 새벽 1시에 사회2부 전원과 기상팀, 사회1부 및 영상취재부 일부 기자를 긴급 호출했다. 새벽 2시에 중계차를 경기 북부와 서울 잠수교로 보냈고 보도국 간부들도 사무실에 나왔다. 당시 2TV가 골프방송중이었기 때문에 새벽 4시를 전후해 자막방송을 내보앴고 새벽 5시 30분부터 뉴스속보를 내보내는 등 정규뉴스 시간 외에 이날 모두 2시간여동안 5차례의 뉴스속보를 내보냈다.

SBS와 MBC는 보도국 내에 비상연락망을 가동하고 새벽부터 뉴스속보에 들어간 KBS보다 뒤늦게 뉴스속보를 내보냈다. SBS는 새벽 2시부터 피해제보가 들어와 사회부 야근 기자 몇명과 비상 대기중이던 수도권 주재기자등 6~7명의 기자들이 현장취재에 돌입했다. SBS는 이에따라 15일 새벽 6시와 7시 뉴스를 5분에서 15분으로 늘려 비 피해 상황 등을 보도했고 오전과 오후 2차례에 걸쳐 20여분 동안 뉴스특보를 내보냈다.

MBC는 9시경 10분 가량 뉴스특보를 한번 내보냈을 뿐 밤사이 비상을 걸고 기자들을 현장에 내보내거나 하는 등 조치를 취하지는 못했다. 인명히패 사실을 처음 이지한 시각이 5시 40분경으로 피해상황에 대한 집계가 제대로 되지 않아 비상체계에 들어가야 한다는 판단을 내리기 쉽지 않았다는 것.

한편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재해방송에 대한 기자들의 훈련과 예방보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KBS 사회2부 기자들은 수해상황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18일 저녁 회의를 갖고 수해방송에서 개선해야 할 점에 대해 논의하고 "피해가 발생하고 난 다음에 방송하는 것만이 제 역할은 아닌 것 같다"며 "침수 우려지역 등을 신속하게 알려주고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 예방보도 역할이 더 중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예방보도 기능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달라는 건의서를 보도국에 제출하기로 했다.

박수택 SBS 노조위원장은 "일본의 NHK는정규방송이 끝나면 방송센터에서 매일 15분씩 재해방송 훈련을 해 인상깊었다"며 "시설과 장비도 중요하지만 시스템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평소 차근차근 훈련과 교육을 되풀이하면서 언제 닥칠지 모르는 긴급상황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