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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희씨 사망보도 '자사 이기주의' 재연

박미영 기자  2001.07.21 05: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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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김병관 명예회장의 부인 안경희씨의 사망은 언론계에 또 다른 논쟁거리를 안겨줬다. 세무조사가 ‘언론탄압이냐’ ‘아니냐’를 놓고 양분돼왔던 언론사들은 안씨의 사망을 놓고도 ‘세무조사가 죽음을 불렀다’며 흥분하는 모습과 ‘사실전달’에 중심을 두는 보도로 나뉘었다. 특히 조선, 중앙은 고 안경희씨의 사망 이유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보복 세무사찰에 죽음으로 항거했다”(조선), “세무조사 뒤 예고된 참사”(중앙)라는 한나라당의 주장을 제목으로 여과 없이 지면에 반영하기도 했다.

안씨 사망을 놓고 가장 흥분한 것은 조선일보였다. 조선일보는 4개 면에 걸쳐 안씨의 사망 사실을 8꼭지나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1면에서부터 <세무조사로 인척·친구들 소환되자 심적 고통>을 당했다는 내용을 부각시켰으며, <동아일보 세무·검찰조사 얼마나 집요했나>를 분석하는 기사를 실어 사인에 대한 경찰발표가 있기도 전에 세무조사가 안씨 사망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단정했다. 또 <김 명예회장 “나 대신 죽은 것 같아”, 동아측 “비판 좀 했다고 이럴수 있나”> 등 차분함보다는 감정을 앞세운 보도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당사자인 동아일보는 16일자 지면에서는 1면 스트레이트와 사회면 빈소표정 등 기사에서 간단한 사실전달과 함께 “세무조사 후 신경쇠약 증세를 보였다”고 보도했으나 비교적 담담한 톤이었다. 그러나 동아일보는 17일 이례적으로 ‘제헌절 53주년을 맞는 동아일보의 다짐’이라는 제목의 통단 사설을 1면에 게재하고 “우리는 이 정부아래 언론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고 거듭 말한다”며 “제헌정신을 훼손시키는 세력에 맞서 과감히 싸울 것을 다짐한다”고 밝히는 등 안씨의 사망을 계기로 정부에 대한 공세수위를 높이고 있다.

중앙일보도 조선일보에 비해 수위는 낮았으나 안씨의 사망을 세무조사와 연결시키려는 의도를 그대로 드러냈다. 중앙일보는 사회면에 <세무조사와 관련 있나>라는 제목에 <”평소 우울증 증세 세무조사 이후 악화”>라는 부제를 달아 결국 ‘관련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반면 대한매일은 사실전달과 함께 안씨 사망 반응 기사에서 <검찰 “탈세수사 원칙대로”>라는 제목으로 안씨 사망이 검찰수사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고, 한국은 스트레이트 기사와 정치권 반응을 여야 같은 비중으로 다뤘다.

경향과 한겨레는 안씨 사망 사실을 <김병관 동아일보 회장 부인 추락사>등 사건 경위 중심으로 보도했다. 방송 3사도 15일 메인뉴스 시간에 안씨의 사망사실을 동아일보 측의 반응과 함께 보도하는 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