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아침에 신문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자극적인 제목을 단 ‘조선’의 방송관련 기사들은 시선을 붙들어맨다. ‘MBC 뉴스데스크 시청률 왜 이래?’(2001.5.2) ‘MBC 채널 시청률 급락…3위로’(2001.7.17). 하지만 불과 반년전만 해도 조선은 공영방송이 시청률에 연연하지 말라며 점잖은 충고를 했었다.
‘시청률이란 상업적 매력에 빠져 자칫 공영방송으로서 품위를 잃는 일은 없는지…’(2000.11.7) ‘일본 공영방송 NHK는 “시청률이 너무 높게 나오는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감독들에게는 사표를 받아라”는 말도 전해온다.’(2000.12.12)
담당기자에 따라 ‘야마’가 바뀔 수도 있었겠지만 모두 한 중견기자가 썼던 기사들이다. 급기야 이 기자는 최근 공영방송들이 재해방송을 하지 않고 ‘잠을 잤다’며 공영방송에 대해 비평아닌 비방을 했다. ‘세무조사 보도에 신경쓰느라’ 그런 것 아니냐면서 그 의도를 숨기지 않는 대담함까지 보였다. 마치 ‘내가 왜 이런 기사를 쓰는지 알겠어?’라며 노골적으로 감정을 드러내는 듯 하다.
동아에서 최근 가장 터무니 없었던 기사는 외부필진이 기고한 글이다. 이 글은 KBS의 자연 다큐멘터리와 시사프로그램을 비교했었다. ‘물고기취재만도 못한 사람취재’라는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시사프로그램에 대한 혹독한 비방이 이어졌다. 무엇이 이같은 억지비교를 하게 했을까? 그 시사프로그램에서 다룬 아이템은 ‘언론사 세무조사’였다.
일반 독자들도 너무나 쉽게 눈치챌 만큼 유치하지만 조선·동아의 ‘방송 흠집내기’는 확대 양상 일로다. 자기반성도 모자랄 섟에 방송흠집내기에만 열을 올리는 것은 아닌지, 이같은 발상이 스스로를 흠집내는 것은 아닌지 오히려 걱정스러울 정도다.
그런데도 무모하리만큼 이어지는 방송 흠집내기는 아마도 ‘공영방송이 정부에 장악된 매체’라는 ‘확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내부에서도 인정한 것 아니냐’는 식으로 KBS 노보가 공영방송을 ‘주구’(走狗)언론으로 비유한 내용까지 친절하게 소개하기도 했다.
시시콜콜 따질 필요없이 백번 양보해서 그렇다치자. 소위 정부에 장악됐다는 공영방송에도 국민을 의식한 내부의 비판과 견제가 있는데, 족벌신문의 기자들이 내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는 소식을 들어본 것은 아득히 먼 얘기로만 들린다. 동아는 물론 조금 낫다고는 하지만. ‘내부의 침묵’, 그것은 신문이사주나 회사경영진에 훨씬 더 장악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반증이 아닌가?
두 기관차가 충돌로 승패를 가름해야 한다면, 나는 공영방송쪽의 승리가 국민들에게 낫다고 본다. 지금처럼 사주의 눈치만 보면 그만인 족벌신문보다야 국민의 눈치라도 보는 공영방송이 더 나은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