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 나열된 말들 가운데 반 이상을 이해한다면 정보통신 분야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자신감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 이 단어들은 지난 한 달 동안 내 이메일에 들어온 것 중에서 몇 개 뽑아본 것이다. 하루에도 수십 통의 이메일이 쏟아져 들어오고 그 가운데 3/4은 꼭 기술적인 용어가 들어가 있다. 듣기에도 생소한 마케팅 용어와 매일 새로 만들어지는 기술적인 새 단어들을 자유롭게 쓰는 정보통신 기자를 보면 시청자와 다른 동료 기자들은 무슨 마법사라도 되는 양 여기지만, 나라고 뭐 별 뾰족한 수가 있겠는가.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와 머리를 싸매고 인터넷을 뒤지면서 예습, 복습을 철저히 하지 않으면 하루 아침에 구닥다리 신세가 되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명색이 정보통신 담당 기자인데 이런 단어의 뜻도 모른다고 할 수도 없고 새로운 트렌드나 뉴스거리를 놓칠 수도 없으니 공부 안할 수도 없고.
아. 정말 미치겠다!
#스트레스 2
방송뉴스를 만들면서 가장 어려운 것은, 화면구성이다. 해킹 화면은 뭔가 음습한 냄새가 나야 하고 무선 네트워크나 초고속 인터넷 망을 설명하려면 최첨단 분위기가 나는 그림(!)이 있어야 하는데, 실제 화면은 그렇지 않으니 같이 일하는 카메라 기자의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사실 해커들의 모습은 숨어서 몰래 작업하기 보다는 일반적인 PC방에서 워드프로세스 작업을 하는 사람과 구분을 할 수 없고, 초고속 네트워크 설명을 하면서 진짜 전선만 보여줬다간 시청자들이 하품을 할 것이다. 밋밋한 컴퓨터 화면과 마우스, 키보드 치는 모습만이 전부인 사무실 그림은 너무 많이 나갔는데, 어디 내가 생각하는 그대로 화면이 만들어지는 기계 없을까? 오늘도 기사를 쓰면서 어디 멋진 화면이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을까 공상한다.
#스트레스 3
음란물하고 음란게임, 자살 사이트가 문제란다. 또 기사를 써야 할텐데, 고민이다. 이걸 보여주면 오히려 청소년들이 더 많이 알게 되지 않을까? 괜히 모르는 아이들에게 정보만 주는 것이 아닐까? 또 화면이 문제다. 전부 살색이거나 차마 보여줄 수 없는 그림들이 대부분인 컴퓨터 화면을 보면서 카메라 기자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도대체 이걸 어떻게 처리하지? 모자이크로 가린다고 해도 온통 살색인데 애들이 모를까? 내가이 뉴스를 내보내는 것이 부모들과 청소년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지 고민하다 결국 오늘도 뉴스를 만든다. 될 수 있으면 살색이 안들어간 화면을 골라서. 그런데, 시청자들은 이런 내 고민을 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