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세무조사와 공중파방송 보도 등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2쪽 분량의 사외보를 별도 제작하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조선일보는 4일자에 ‘독자와의 대화’라는 제목의 사외보를 신문판형으로 제작해 본지와 함께 배포했다.
독자들과 상호 대화의 폭을 넓히고 이해와 깊이를 더하자는 취지에서 제작했다고 밝힌 사외보 1면은 세무조사와 최근의 방송 보도를 비판하는 기사로 채워졌다. ‘요즘 TV, 해도해도 너무 합니다-조선일보만 집요하게 공격…일부 시민단체 시위는 계속 방영…’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방송은 역대로 정권이 좋아하는 기사를 키워왔다’면서 “10여년 방송사를 출입한 기자의 충고입니다. TV뉴스를 너무 믿지 마십시요”라고 언급했다.
또 세무조사나 사주 고발이 정부와 관영언론, 일부 사회단체가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만평과 국민들의 80%가 세무조사에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밝힌 여론조사 결과를 게재하기도 했다. 2면에는 조선일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전여옥씨의 특별 칼럼과 김재형 PD 인터뷰, 올 6월 들어 8000부가 순증가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측은 “최근 들어 안티조선 운동이나 방송매체의 비판 등 조선일보에 대한 근거 없는 매도가 이어지고 있어 입장을 설명할 필요가 있었다”며 “기존 지면을 할애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별도 지면을 제작한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편집국, 판매국, 제작국 등 국실별 의견을 취합, 사외보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조선일보측은 또 “그동안 타사에서 더러 홍보지를 발행한 사례도 있었지만 이를 의식한 것은 아니다”라며 “발행 시기나 횟수는 정해지지 않았으나 일단 몇차례 더 발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검찰의 사주 소환이 임박한 시점에서 사외보를 제작한 것과 관련 대정부 비판이라는 기존 방침을 강화하고 이같은 입장을 자사 독자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언론계에서도 사외보 제작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세무조사나 사주 고발 등 일련의 사안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왔으니 만큼 사외보까지 별로도 제작·배포하는 것은 과도한 대응 아니냐는 반응이다.
한 방송사 기자는 “‘왜 조선일보만 목표로 삼냐’는 식의 불만을 내비치고 있지만 다른 신문에 대한 반대운동이 벌어지는데 조선만 보도하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사외보까지동원한 이런 식의 대응은 정도가 아니다. 기자들은 법적 대응이라도 검토해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 신문사 기자는 “특히 방송사의 조선일보 비판이 거듭되면서, 방송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더 이상 지켜만 봐서는 안되겠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계속해서 자사 지면을 통해 공격하기에는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신문사 간부는 “사외보라는 형식으로 일정 부분 책임을 비껴가면서 독자들에게 자신들의 입장을 전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