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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십에서 시리즈까지... 'IMF 1년 6개월' 보도

서울경제 기자들 '약속 지킨 대통령' 연재하자 '비판기능 포기' 반발

김상철  2000.11.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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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재정경제부는 3일로 IMF 체제에 들어선 지 1년 6개월이 되는 시점에 맞춰 [IMF 위기극복 1년 반의 성과와 과제-지켜진 대통령의 약속] 제하 70여쪽의 방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요지는 국가부도 위기 상황에서 취임한 김대중 대통령이 경제를 다시 회복세로 돌려놓았다는 것. 반면 3일자 신문보도는 천차만별이었다.



대부분의 신문들은 재경부 분석을 인용해 주요기사로 다뤘다. 제목만 놓고 보면 긍정적인 평가로 [한국경제 또한번 기적 이뤘다](내외경제), [DJ, 경제회생 약속 지켰다](대한매일), [경기회복세 뚜렷&대통령 약속 실현](매일경제) 등이었으며 평가와 과제 형식으로는 [경기회복-외환안정 뚜렷, 실업-국제환경불안 여전](조선일보), [벼랑 탈출했지만 낙관 일러](한국경제), [환란극복 성공&재벌개혁은 미흡](한국일보) 등이었다.



서울경제신문과 국민일보는 각각 '약속지킨 대통령-경제위기 극복', 'IMF 21세기로-약속은 지켜졌다]는 3회 시리즈 첫회를 시작했다. 반면 한겨레는 해외시각을 모은 기사에서 재경부 보고서를 짧게 언급하며 [급격한 회복세가 오히려 개혁에 제동을 걸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중앙일보는 아예 가십으로 처리했으며 동아일보는 [기자의 눈]을 통해 [재경부가 현안해결은 제껴두고 대통령 칭송에 급급해 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보도의 편차로 인해 한때 언론계 일각에서는 청와대측에서 보도협조 요청이 온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청와대측은 "그런 일은 일절 없었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최근 현안에 대한 여론을 듣기 위해 언론사 간부를 만난 적은 있었지만 보도협조 요청 같은 것은 한 적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 신문사 편집국장도 "IMF 1년 6개월이라는 시점에서 언론이 나름대로 의미와 과제를 짚어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주요 기사로 처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도에 대한 기자들의 공식적인 비판의 목소리는 유일하게 서울경제신문에서 나왔다. 서울경제 기자들은 시리즈를 시작하자 "언론의 견제·비판기능을 포기하는 것 아니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지회(지회장 문주용)는 "IMF 체제 평가는 이미 관련 보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선거가 있는 날에, 그것도 재경부 보도자료 제목과 다를 바 없는 컷으로 시리즈를 연재한다는 건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결국 지회는 3일 편집국장의사과와재발방지를 약속 받았다.



한 일간지 경제부 기자는 "굳이 1년 반이라는 기간에 의미를 부여해야 하는 건지 의문"이라며 "외부압력이든 자체판단이든 IMF 체제에 대한 평가는 보다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이루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