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 근무제는 한국언론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사회환경을 감시하고 인간의 삶을 미디어란 도구에 담아내야할 언론계는 단순히 노사협상안건으로만 주5일 근무제를 바라볼 순 없다.
공공부문을 지휘하는 정부가 앞장서고 노사정위원회가 본격 세부검토를 해나간다면 당장 내년부터 주5일 근무제는 생생한 현실의 한 부분으로 다가오게 된다. 이젠 양적인 발전을 통한 경제성장이라는 산업화 논리를 접고 우리 삶의 질적 향상과 다양성을 통해 인간의 가치를 추구하려는 새 패러다임으로 본격 전환하게 된 것이다.
이때 한국 매스미디어업계는 단순한 판매마케팅 전략으로만 대응하고 있다면 주5일 근무제의 대변혁을 제대로 소화해 낼 수 있을까. 신문을 예로 들면 현재 지명도가 월등한 서구신문들의 주말판이나 일요판을 보면 하나의 단초를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은 평일과 달리 주말에 최소 8개에서 최대 12개에 이르는 전문섹션을 쏟아낸다. 수백페이지짜리 두툼한 단행본과 맞먹는 콘텐츠이다. 철저히 사전에 기획된 패키지기사들로 팀웍이 짜여진 섹션들이 어깨동무하고 있다. 이러한 섹션 퍼레이드 정착은 주5일 노동문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중에서 한국만이 빠져있는 주5일 근무제에 대해 한국 신문들은 아직 조심스런 접근을 하고 있다. 대부분이 경제에 부정적인 충격을 주지 않아야 한다며 졸속입법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주5일 근무제를 단순히 ‘강건너 불’ 논평하듯이 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재빠르게 사회적 파장을 간파하고 매체특성에 맞게 편성-편집전략을 세우는 언론사만이 생존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주말시간 공중파방송은 지금처럼 연예인 신변잡기나 젊은 스타들의 미주알 고주알 말장난 프로그램을 시청자에게 당연하게 내밀어서는 곤란하다. 고용시장이 급변하고 여가와 레저의 트렌드가 바뀔 사회적 상황을 제대로 추적해 국민들 삶의 내용을 알차게 채울 수 있는 기획들이 나와야 할 것이다.
현재 신문업계에게 주말은 광고가 따라오지 않는 비수익 시간대이다. 하지만 근로시간의 단축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잘 분석해 경쟁력있는 주말판 기획신문을 독자에게 선보인다면 새로운 주말판 신문시장 창출이라는 큰 의미가 발생한다. 독자의 성원과 기대가 몰리면 당연히 특화된 광고 시장도 따라 붙는다.
주체와 환경은 늘 변화한다. 단순히 하루 더쉴 수 있다는 소극적 대처가 아니라 더 고양된 생산을 위한 투자 개념으로 주5일 근무제를 바라봐야 할 것이다. 일선 기자들은 대다수 주5일 근무제 도입을 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각개 언론사의 피고용인으로서는 “실제 언론사에 적용되기가 쉽겠느냐”하는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당연히 인력 충원과 조직 개편의 문제가 그 뒷편에 맞물려 있다. 주5일 근무를 향유하지 못하는 저널리스트가 어떻게 주5일 근무 환경변화를 기획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