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가 김병관 명예회장, 오명 회장 등의 사퇴와 김학준 사장, 김재호 전무 대표이사 체제로 ‘재정비’ 도상에 섰다. 관심은 그 향방에 있다.
지난달 27일 임시이사회에 이어 이사진들이 일괄 사표를 제출하고 정구종, 박기정 이사 등 4명의 사표가 선별 수리되면서 일차적인 관측은 이른바 대정부 강경파의 입지 강화로 모아졌다. 하지만 내부 반응은 유보적이다. 한 기자는 “양대 인맥 중 한쪽이 완전히 정리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남은 진영들이 실제로 어떤 행보를 취할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학준 사장은 1일 오전 사원조회에서 이번 이사진 개편에 대해 구조조정과 세대교체라는 의미를 달았다. 김재호 대표이사의 이른바 4세 경영체제가 앞당겨지리라는 전망이 가능한 부분이다. 김 사장은 아울러 동아일보의 정체성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리의 보호, 권력에 대한 견제와 감시 등으로 정리하며 객관적인 보도와 공정한 논평을 강조해 관심을 모았다. 김 사장은 “결코 흥분하지 않는 객관적인 보도와 억울하다는 앙금을 남기지 않는 공정한 논평을 지향해야 한다”면서 “정확성에 자신 없는 기사는 인쇄하지 않겠다는 뜻임을 명심하라”고 당부했다. 또 외부 음해세력에 대한 단호 대처와 내부 단결을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번 인사와 관련 ‘강경 드라이브’ 쪽에 무게를 둔 해석과 달리하는 입장도 적잖다. 한 기자는 “굳이 해석한다면 기본구도를 유지하는 정도 아니겠느냐”면서 “강경파, 온건파 식의 분류보다는 오히려 주류, 비주류 정도의 표현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 한 간부는 김 명예회장 퇴진에 대해 “물론 검찰 수사와 관련, 구속을 피하고 김재호 이사 체제를 앞당긴다는 포석도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공식 직함에서 물러난다는 것 자체가 단순한 사안이 아니다. 동아일보로서는 충분히 유의미한 변화”라고 해석했다.
이후 향방에 대한 단초는 일차적으로 현재의 ‘재정비 체제’가 지면의 또다른 변화를 불러오느냐에 있다. 객관성, 공정성을 강조한 김 사장 발언이 관심을 모으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용정 편집국장은 이에 대해 “사장의 발언은 동아일보의 제작방침인 시시비비, 불편부당성을 원칙론적으로 피력한 것 아니겠느냐”면서“문제는 원칙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면에 그것이 반영되어야 하는 것이고 이는 결국 기자들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김 국장은 “지금까지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객관적인 보도와 공정한 논평이 지면에 나타날 수 있도록 기자들과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관심을 모으고 있는 후속 인사에 대해서는 “간부가 바뀐다고 으레 조직을 개편하려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인사요인이 있는지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당분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