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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계 원로 32명 '언론에 대한 입장' 성명

입맛따라 한쪽면만 의도적 부각

김동원·박주선  2001.08.04 11: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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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마다 마음에 드는 문장만 보도할 경우 항의가 있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2일 각계 원로 32명이 ‘최근 언론문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발표한다는 보도자료에 실린 ‘경고’다.

그러나 이 경고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상당수 신문이 자사 입맛에 맞는 내용을 부각, 성명서 취지를 균형있게 전달하지 않았다.

이번 원로들의 성명의 핵심은 ▷언론개혁을 소홀히 해 온 언론 종사자들의 반성 촉구 ▷정기적이고 공정한 세무조사 실시와 적법 처벌 ▷정부의 언론 세무조사에 대한 의혹 해소와 바른 처리방안 제시 ▷공정한 언론개혁감시운동 등 언론사와 정부 모두에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을 촉구한 것이다.

그러나 각 언론사는 성명 내용 가운데 정부 세무조사의 문제점만 부각하거나 언론사의 자성을 촉구하는 내용을 강조하는 등 다분히 의도적인 편집 태도를 보였다.

그 흐름은 크게 세가지로 분류된다. 조선, 동아는 세무조사의 문제점에, 한겨레는 언론개혁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중앙, 경향, 한국 등은 언론의 자성과 정부의 의혹해소를 함께 다뤄 균형을 이루려 했다.

실제, 조선은 중간머릿기사로 ‘언론세무조사 공정성 잃어’라는 제목을 달아 성명의 정부 비판 내용을 중심으로 보도했다. 동아 역시 제목을 ‘언론 세무조사로 사회혼돈’이라고 뽑아 정부 세무조사의 문제점을 강조했다. 동아는 또 당초 초판에선 2면 상자기사로 취급했다가 시내판에선 1면 중간머릿기사로 기사를 키웠다.

한겨레는 2면에 ‘언론 스스로 개혁 나서라’란 제목으로 성명 발표를 보도했다. 한겨레는 또 당초 초판 기사의 뒷부분에 실렸던 성명의 정부 비판 내용을 시내판에선 세무 비리 처벌을 강조하는 대목으로 대체했다.

중앙은 1면 머릿기사로 성명 발표를 취급하면서 ‘언론인은 개혁 소홀 반성, 정부는 탄압 의혹 해소를’이란 제목을 달아 균형을 유지했다. 하지만 기사 본문에선 성명 내용 가운데 정부 언론세무조사의 문제점을 우선 언급, 강조하는 듯했다.

경향은 ‘언론사주·종사자는 개혁소홀 자성, 정부도 세무조사 정치의혹 해소를’이란 제목으로 균형을 유지했다. 한국 역시 2면 머릿기사로 ‘언론인은 스스로 반성하고, 정부는 탄압의혹 해소해야’라는 제목을 달아 보도했다.

이런 신문들의 보도태도에 대해 성명에 참여한 서경석 목사는 “조선일보의 경우 세무조사의 문제점을 보도했는데, 섭섭하다.세무조사의 문제점만을 지적하기 위해 냈던 성명이 아니다”라면서 “한겨레도 우리가 수습책으로 얘기한 정부가 대안을 내라는 내용은 보도하지 않았다. 제각기 원하는 방향으로 성명을 해석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성명 주최측이 보도자료에서 성명 전문 게재를 요청한 것과 관련 동아, 조선, 중앙 등이 전문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