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관이 내놓은 잘못된 보도자료를 언론사가 추가 확인절차 없이 그대로 보도해 특정인이 피해를 봤다면 언론사 보다는 잘못된 보도자료를 냈던 국가의 책임이 더 크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그러나 언론사의 추가 확인절차 여부에 따라 언론사도 일부 배상 책임을 져야한다는 판결이 나와 국가의 보도자료라고 하더라도 사실확인 노력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지법은 2일 국가가 중앙일보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신문사는 국가가 미리 지급한 배상금 3000만원 가운데 30%인 900만원을 국가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수사를 다하지 않은 채 검찰의 발표가 이뤄졌고 언론보도를 전제로 자료를 배포했으며, 기자가 추가 취재를 했더라도 기사내용이 달라지기 어려웠던 점 등을 감안하면 국가의 책임이 더 크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지난 91년 회사기밀 유출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뒤 무죄확정판결을 받은 이 모씨가 중앙일보와 조선일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내면서 불거졌다.
당시 법원은 “조선일보 기자는 담당검사에게 추가 확인노력을 기울였지만 중앙일보 기자는 구속영장 사본만 열람하고 기사를 작성했다”며 조선일보에 대한 청구는 기각하고 국가와 중앙일보에 대해서만 연대하여 3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양측의 책임비율이 명확하지 않자 국가가 먼저 이 돈을 이씨에게 지급한 뒤 중앙일보를 상대로 “손해배상금의 70%인 2100여만원을 달라”며 구상금 청구소송을 냈었다.